디 아워스, 내 사랑, 케빈에 대하여, 어느 가족 - 뜨거웠던 올여름에 본 영화들이다. 밖은 펄펄 끓는데 거실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1. 디 아워스
1920년대의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1950년대와 2000년대를 살아가는 두 여성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그려진다. 여성의 삶이란 무엇인지, 여성으로서의 고민과 불안 등 정체성을 묻는 영화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고통과 속앓이를 잘 표현했다. 제도적 관습과 틀 안에서 해방을 꿈꾸는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일부분이나마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2. 내 사랑
캐나다 화가인 모드 루이스(Maud Lewis, 1903~1970)의 일생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를 통해 모드 루이스를 처음 알게 되었다. 평생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은 화가는 기형의 몸에 놀림을 받고 자라면서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가난한 어부와 결혼하지만 궁핍하게 살아간다. 그녀가 페인트로 가볍게 그린 그림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하는데... 행복을 찾아 발버둥치는 모습이 애처로운 영화였다.
3. 케빈에 대하여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성악설 쪽으로 한 발 더 기울어지게 되었다. 직접 낳은 자식이지만 이 모자만큼 원한에 찬 관계가 있을까. 양육 과정의 문제로도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케빈의 행동이다. 부모와 사회에 대한 복수가 너무 잔인하다. 악마는 태어난다고 할 수밖에.
4.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영화다. 역시 감독의 색깔이 물씬 묻어 있다. 누추함 속의 따스함이랄까,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감독의 솜씨다. 피가 섞이지 않고 모여 사는 이 가족은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들이 훔친 것은 함께 한 시간이었다'라는 포스터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그들이 '함께 한 시간'은 애틋함과 정(情)으로 충만한 시간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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