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구시가지에는 6, 70년대에 지은 단독주택이 많이 남아 있다. 일부는 빌라나 다세대주택으로 변했지만 아직 옛 모습을 간직한 집이 상당하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할 여력이 안 되는 동네다. 전주에는 한옥마을이 유명하지만 특정 지역일 뿐이고 대부분은 시멘트로 지은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다.
골목길을 걸으며 옛집들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담장 너머로 작은 마당이 있으며 대개 유실수 몇 그루가 지붕까지 닿아 있다. 벽이 도로에 맞닿아 옹색한 집도 있다. 서로 이마를 맞대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이 정겹다. 어수선해 보여도 사람 살아가는 향취가 느껴진다. 전주의 골목길을 산책한 이른 아침이었다.
장모님이 소환해서 형제들이 모두 모였다. 파티가 열렸고, 하사하는 금일봉을 받았고, 밤늦게까지 시끌벅적했다.
다음날은 군산수산물종합센터에서 회를 맛보고 해산물을 푸짐하게 샀다. 항구라서 그런지 엄청 쌌다. 큰 홍어도 10만 원 초반대였다. 전에 홍어가 귀할 때는 50만 원이 넘었는데, 요사이는 흑산도만 아니라 군산 앞바다에서도 많이 잡힌다고 한다.
금강 하구 너머가 장항인데 옛날에 배 타고 건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선유도에 가기 위해 한 친구와 기차를 타고 장항까지 와서 배편을 이용해 군산으로 넘어왔던 것이다. 그때는 장항과 군산을 연결하는 다리가 없었다. 멀리 바다에 연한 쪽 장항제련소 굴뚝만이 변함없이 우뚝했다.
다음날은 고창 모양성을 한 바퀴 돌았다.
모양성(牟陽城)에서는 맹종죽림(孟宗竹林)이 볼 만했다. 세계에서 대나무 종류가 1천 종이 넘는다는 데 내가 아는 거라곤 고작 오죽, 산죽 정도이니, ㅠ~, 이번에 맹종죽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접수했다.
모양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고창읍이 아담했다. 사람 살기에는 요만한 읍 규모가 제일 적당하지 않나 싶다. 그저 아련하게 바라볼 수밖에...
가창오리 군무를 보기 위한 저녁의 동림지가 목표였는데 바람이 너무 세고 차가워서 계획을 접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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