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별들의 꽃밭
별을 보면
내 마음
뜨겁게 가난해지네
내 작은 몸이
무거워
울고 싶을 때
그 넓은 꽃밭에 앉아
영혼의 호흡 소리
음악을 듣네
기도는 물
마실 수록 가득찬 기쁨
내일을 약속하는
커다란 거울 앞에서
꿇어앉으면
안으로 넘치는 강이
바다가 되네
길은 멀고 아득하여
피리 소린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데
별 뜨고
구름 가면
세월도 가네
오늘은 어제보다
죽음이
한치 더 가까워도
평화로이
별을 보며
웃어주는 마음
훗날
별만이 아닌 나의 이야기
꽃으로 피게
살아서 오늘을 더 높이
내 불던 피리
찾아야겠네
- 별을 보면 / 이해인
이 시는 수녀님이 21세 때 썼다고 한다. 첫 서원을 하기 전인 예비수녀 시절이었던 것 같다. 첫 연인 '하늘은 별들의 꽃밭'이라는 구절이 오래 기억되는 시다.
며칠 전 TV에 나온 수녀님 모습을 봤다. 8년째 대장암과 투병 중인데 건강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모든 걸 밝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얼굴과 말에 그대로 드러났다. 암과 동행하는 걸 '명랑 투병'이라고 부르며, 통증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는 것도 소풍 가듯 나선다고 한다. 올바른 신앙이란 고난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위해서는 눈물이 안 나요. 세월호 부모님 생각하면서 운 것 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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