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란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도달할 수 없는 꿈도 있다. 나에게는 산티아고가 아직 그러하다. 그 길에 서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 체력적인 이유는 아니다. 지금은 그저 다른 사람의 체험으로 간접 경험을 한다.
이 영화 '나의 산티아고'는 독일의 인기 코미디언인 하페가 과로로 병을 얻어 수술을 받고 무력감에 시달리다가 생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산티아고를 걸은 이야기다. 42일 동안 800km를 걸었다.
산티아고를 낭만적으로만 볼 수 없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하루에 20km 넘게 걸어야 하는 건 고행에 가깝다. 인기 연예인에게 산티아고의 숙소나 음식은 견디기 힘든 조건이다. 더구나 각자 다른 사연으로 길을 찾아온 사람들 사이의 갈등도 있다.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외로움과 정면으로 대면해야 한다.
산티아고는 혼자서 가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영화에도 그런 충고가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싶으면 산티아고를 같이 걸어라. 가장 친환경적으로 헤어지는 방법이다." 작년에 산티아고를 걸은 지인이 있다. 그는 그 길이 나에게 맞을 듯하면서도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아무리 혼자 걷는 걸 좋아해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다. 홀로 파고 싶으면 굳이 산티아고가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영화에도 많은 부분이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다. 서로 격려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현실의 문제는 산티아고에도 그대로 있다. 바라보는 각도가 다를 뿐이다. 그것이 자신을 새롭게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산티아고는 10년 전부터 마음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나이가 드니 떠나기가 점점 벅차진다. 그래도 꿈을 버리지 않고 있으니 괜찮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