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나, 다니엘 블레이크

샌. 2017. 6. 5. 10:33

 

현대 사회의 복지제도의 맹점을 고발하는 영화다. 무대는 복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는 영국이다. 목수로 살아가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심장병에 걸려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질병 수당을 신청하지만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탈락하고 소송까지 간다. 실업수당마저 만만치 않다. 그런 과정에서 규정과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는 공무원 때문에 특히 고통을 받는다.

 

이 영화는 법과 원칙, 매뉴얼이 지배하는 세상이 얼마나 냉혹한지 잘 보여준다. 전 정권에서 법과 원칙을 그렇게 강조했지만 결국 약자에게만 가혹한 결과가 되었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으면 아무리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도리어 독이 될 수 있다. "자존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라는 블레이크의 말이 의미하는 바다.

 

그러나 블레이크는 좌절하지 않는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저항을 하면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케티 가족을 돌봐준다. 가난한 사람들끼리의 연대의식이 삶을 버텨낼 힘을 준다. 아무리 세상이 삭막해져도 주위에는 선한 사람이 있다. 케티가 빈민 구호 매장에서 통조림을 허겁지겁 따서 먹는 장면에는 눈물이 난다. 빈곤과 실업은 개인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우리 사회도 양극화가 심각하다. 새 정권의 경제 정책은 빈부격차 및 양극화 완화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대신 다수가 행복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의 기본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작년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그런 세상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굴종하는 대신 용기와 저항 정신을 가져야 한다. 블레이크 같은 사람이 많아질 때 미래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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