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나는 이 세계의 수도에 도달했다." 1786년 11월 1일의 기행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괴테는 로마에 입성한 날을 제2의 탄생일이라고 불렀다. 괴테가 로마에 머무른 기간은 1, 2차 합치면 1년이 좀 넘는다. 그러면서도 진정으로 로마를 알려면 적어도 몇 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의 중심에는 로마가 있었다.
괴테는 37세 되던 1786년 9월에 독일에서 출발하여 이탈리아로 향한다. 그리고 1년 9개월 동안 이탈리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세계를 마음껏 호흡한다. 문필가답게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이다.
이 책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에서는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부단히 탐구하며 성장해 나가려고 애쓰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된다. 괴테의 관심 대상은 제한이 없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모든 것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궁구하게 만든다. 암석을 조사하고 지층을 설명하는 데서는 지질학자로 여겨질 정도다.
나폴리를 여행할 때는 활동 중인 베수비오 화산을 세 차례나 탐사한다. 화산재를 뒤집어쓰면서까지 분화구 가까이 가서 화산 활동을 관찰한다. 나폴리를 떠날 때는 용암의 움직임을 계속 지켜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한다. 과학자도 흉내 내기 힘든 탐구열이다.
그중에서도 그가 제일 관심을 가진 분야는 건축이나 조각, 미술 같은 예술이었다. 로마에 체류하는 동안은 화가들과 사귀며 그림 공부를 한다. "미술에 대한 지식을 늘리지 않거나 훈련을 쌓지 않고 보내는 날이 하루도 없습니다." 로마에서는 사방팔방으로 예술적 자극을 받는다면서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지식을 쌓아간다. 이 책을 통해 굉장히 에너지 넘치고 개방적인 젊은 괴테를 만날 수 있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은 요사이 여행기처럼 흥미진진하지는 않다. 호흡도 느려서 느긋이 읽어야 한다. 그때는 걷거나 마차를 타고 여행하던 시대였다. 대신에 고전적인 맛이 있다. 괴테는 이 세상을 학교로 생각했고, 이탈리아 여행도 인간 성장을 위한 수양 과정으로 여겼다. 30대에 쓴 것이지만 벌써 거장의 체취가 느껴진다. 괴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세돌의 일주일 (0) | 2018.02.11 |
---|---|
노인과 바다 (0) | 2018.02.06 |
손자병법 (0) | 2018.01.26 |
다시 태어나도 우리 (0) | 2018.01.21 |
구원으로서의 글쓰기 (0) | 2018.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