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회 넷이 모여 물의정원을 한 시간 정도 산책하다. 원래는 예봉산 등산 예정이었지만 내 발이 온전치 못한 관계로 가벼운 한강변 걷기로 바꾸다. 물의정원 공원은 아직 꽃양귀비가 피기 전이라 꽃밭은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다.
더없이 청명한 날이다. 언제 미세먼지 걱정이 있었나 싶다. 비 내린 뒤 연사흘 이런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자꾸 심호흡이 깊어진다. 발걸음 가볍다.
그끄저께까지 내린 비로 팔당호 물은 많이 불어나 있다. 애기똥풀이 군데군데 무더기로 피어 있다. 강에 시멘트 바르는 일 말고 이런 수변 공원화 사업은 아주 고맙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새삼 감탄한다. 늘 이래야 정상 아닐까.
예전에 이곳에는 용진나루터가 있었다. 남양주 조안면 송촌리와 강 건너 양평을 연결하는 나루터다. 조선시대에는 한강을 내왕하는 배를 관리하는 수군참군이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팔당댐이 건설되고 수몰되면서 나루터 기능도 멎었다.
한음 이덕형(李德馨, 1561~1613) 선생의 별서터가 이 부근에 있다. 그래선지 선생의 시비가 공원에 있다. 인생살이도 날씨와 다르지 않으리라. 늘 맑은 날만 이어질 순 없으리. '구십 일 봄날을 근심 속에서 보내며'라는 구절에 가슴이 찡하다.
산들바람 일고 옅은 구름비는 개었건만
사립문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다시금 더디네
구십일 봄날을 근심 속에서 보내며
운길산 꽃구경은 또 시기를 놓쳤구나
風輕雲淡雨晴時
起向자門步更遲
九十日春愁裏過
又孤西庵賞花期
근처에 있는 친구의 텃밭에도 들리다. 서울에서 여기까지 왕래하며 가꾸는 텃밭이다. 그 부지런함을 상찬한다. 나는 도저히 못할 일이다. 염치 불구하고 상추를 뜯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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