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가물치

샌. 2018. 5. 6. 11:38

 

낚시를 좋아하는 처남이 잡은 물고기를 들고 왔다. 붕어, 잉어, 메기, 가물치로 골고루 구색을 갖추었다. 메기와 가물치는 길이가 세 뼘이나 된다. 가져올 때는 전부 살아 있었는데 아침이 되니 붕어와 잉어가 죽었다. 24시간이 지나니 메기도 죽고, 사흘째 날까지 가물치만 살아 있다.

 

가물치는 고무 대야를 튀어나와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얼마나 힘이 센지 모른다. 잡으면 미끄러져 빠져나가는 바람에 주변이 온통 물 범벅이 되었다. 내 옷도 마찬가지였다. 고기 눈을 가리면 얌전해진다는 걸 처남이 나중에야 알려줬다. 다른 통으로 옮길 때 그대로 해 보니 가물치는 거짓말처럼 고분고분했다. 밤에 물고기가 조용히 있는 이유는 잠을 자서가 아니라 캄캄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민물고기 요리가 다. 낚시도 취미에 맞지 않는다. 손맛이라고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의 발버둥이 안스러워 바로 보지 못한다. 천렵에 따라가도 바깥으로 돈다. 그 정도로 심약하다. 반면에 아내는 나보다 훨씬 더 용감하다. 잉어는 이미 찜으로 변했다. 나는 젓가락을 대지 못한다. 그런데 구운 생선이나 회는 괜찮으니 이것도 이중잣대인지 모른다.

 

아침에 뚜껑을 열어보니 가물치는 지느러미를 살랑거린다. 우리는 가물치가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흘째다. 앞 개천에 풀어줄까도 생각했는데 처남이 가물치는 육식성이라 다른 물고기를 마구 먹어치운다고 해서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내일까지도 살아있다면 어떻게든 처치해야 한다.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심란하기만 하다.

 

아내도 비슷한 심정인 것 같다. 다시는 살아 있는 고기는 받지 않겠다 한다. 내 손으로 피를 묻히지 않을 뿐,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 모른다. 그래도 가련한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생명의 가련함이 물고기만이겠는가, 사람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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