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교에서 출발하여 백마산 줄기를 타다가 이번에는 외대 용인캠퍼스로 빠지는 길을 택했다. 새로운 길을 걸어보는 설렘은 언제나 좋다. 백마산 줄기에 있는 등산 코스는 모두 밟아보고 싶다.
어제 비가 내리고 대기는 깨끗하게 청소되었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지만 배낭을 메고 상큼하게 집을 나섰다. 잠시만 버스를 타면 백마산 등산로 입구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다. 집을 중심으로 고만고만한 거리에 기다리는 산들이 여럿 있다. 내 발이 둔해서 자주 못 찾을 뿐이다.
조금 걸으면 활공장이 나오는데, 날씨 좋은 휴일에는 여기에서 행글라이더가 뜬다. 광주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조망 포인트다. 새로 들어설 아파트 단지 기초 공사가 한창이다.
용인외대를 가기 위해 백마산 줄기를 타다 보면 여러 개의 봉우리를 넘는다. 차례대로 마름산, 백마산, 용마봉, 발리봉이다. 모두 500m 내외 되는 아담한 산들이다. 적당히 오르내림이 반복되기 때문에 걷는 재미가 있다.
산길에는 철쭉이 한창이었다. 이날은 바람이 많이 불고 정오를 지나니 북쪽에서부터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천둥소리도 요란했다. 다행히 산행이 끝날 때가 되어서 비가 뿌렸다.
등산로는 외대 용인캠퍼스로 연결된다. 오랜만에 대학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나에게도 저런 푸릇푸릇한 시절이 있었던가 싶다. 그런데 이 학교의 정식 이름은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다. '용인'과 '글로벌'의 차이가 무엇일까?
명문을 새긴 석비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그대는 다시금 순수한 자가 되어 / 순수한 눈으로 태양을 다시 바라보아야 하리"
'진리 평화 창조'는 외대의 교훈인가 보다.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적어 놓았다.
캠퍼스 안까지 들어온 1117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버스에 타고 있는 동안 소나기가 세차게 퍼부었다. 산길 11km, 다섯 시간의 걸음으로 몸이 개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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