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서산, 태안 나들이

샌. 2018. 5. 29. 12:03

답답했다. 바깥 바람을 쐬면 나을까 싶었다. 선뜻 선택한 곳이 태안과 서산 지역이었다. 백제의 미소를 만나 보면 웃음기가 돌까. 개심사에서는 꽁꽁 언 마음을 열 수 있을까. 그리고 신두리의 쓸쓸한 바다 풍경을 보고 싶었다.

이 셋은 오래 전부터 단골 코스였다. 은퇴한 이후로는 뜸했다. 찾아가야 할 이유가 줄어든 탓이리라. 생활은 안정되었지만 역동적이지는 않다. 한 쪽을 얻으면 한 쪽을 잃는다.

묘하다. 고정된 석상이라도 기분에 따라 느낌이 다르. 오늘은 천진한 미소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맑아야지 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닐까.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개심(開心), 이름 때문에 들러보고 싶어지는 곳이다. 마음을 연다는 게 무엇일까. 편견과 아집을 버리는 것일까. 창문을 열듯 마음도 열어지는 것일까.

선방 입구에 있는 '그대 발길을 돌리는 것입니다'가 눈이 머문다. '마음을 열려는 생각이거든 발길을 돌리거라'는 뜻으로 들린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전에 비하면 많이 변했다. A, B, C 세 코스로 산책로가 만들어졌고, 산책로 밖으로는 출입할 수 없다. 깔끔해졌지만 내 맘대로 할 자유는 없어졌다.

제일 긴 C 코스를 택한다. 전에는 모래 위에 하염없이 앉아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저 걷고 싶다. 짓궂게 일어나는 생각도 다 지운다.

신두리는 이런 풍경이 좋다. 그러나 생명은 모래땅도 그냥 두지 않는다. 모래성을 공략하는 식물의 기세가 드세다.

C 코스는 곰솔 숲도 지난다. 29도까지 기온이 올라간 날이라 그늘이 고맙다.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좋은 날이다.

1시간 조금 넘게 걷다. 길에는 앉아 휴식할 시설이 전혀 없다. 그런 건조한 걷기가 오히려 신두리에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서 저녁 노을을 볼 예정이었지만 두 시간이나 기다려야 해서 발길을 돌리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은 저녁인데도 막히지 않아 시원하게 밟을 수 있었다. 드라이브 하는 길 위에서야 가슴이 뚫렸다. 휴게소에서 보름달을 바라보며 마시는 자판기 커피 맛이 달콤했다.

며칠 전에 카메라를 새로 장만했다. 루믹스 LX10이다. LX7을 6년째 쓰고 있는데 버튼이 작동되지 않는 등 슬슬 고장이 나기 시작해서다. 새 카메라는 성능이 향상되었지만 아직 손에 설다. 똑딱이지만 기능을 익히자면 한참을 연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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