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고통의 의미

샌. 2018. 9. 8. 11:42

인간은 의미를 찾는 동물이다. 인간을 뺀 다른 동물은 생존과 번식의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반면에 인간은 생존과 번식에 더해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

동물의 두뇌는 생존과 번식에 적합하도록 진화되었다. 이 점에서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더 나은 생존을 위해 고뇌하고 싸운다. 일상사에서 부딪치는 많은 문제들을 분석해 보면 생존과 번식 본능과 관련되어 있음을 안다.

그러나 인간은 단순하지 않다. 의미만 발견하면 생존과 번식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 독신으로 수도 생활에 몰두하는 종교인이 그 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도 내놓는다. 인간에게 의미와 가치는 그만큼 소중하다.

동물의 생존 전선에서는 고통이 따른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두뇌가 발달하면서 더 나은 생존을 위해 고통의 의미를 찾게 되었을 것이다.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어떤 고통도 참고 견딜 수 있게 된다. 생존에 도움이 될 두뇌의 작동 방식이다.

대표적인 게 종교의 기능이다. 신을 신앙하는 종교는 현세의 위로와 내세의 희망에 방점이 주어져 있다. 불교는 좀 다른 것 같다. 깨달음을 통해 고통의 문제를 극복한다.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 종교가 기복 신앙에 기울어 있다. 본질을 놓치는 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마르크스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고통의 의미는 무엇인가? 자기만의 대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고통에 무의미가 합쳐지면 우울과 절망이 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많은 사람이 자기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고통이 나쁜 것이라는 인식부터 재고해야 한다. 고통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만약 고통이 없다면 행복할까? 인간이 상상한 고통 없는 세계는 천국이다. 천국에서 사는 사람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지상에서 별 고통 없이 호의호식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손에 물 한 번 묻히지 않고, 말 한마디면 주위에서 받들어 모신다. 왕궁에 갇혀 그 세계밖에 모른다면, 그런 행복의 깊이는 어느 정도일까?

의미가 본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다. 무엇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인가? 고통과 고뇌가 아니면 그 해답을 깨우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고통 없는 행복은 신기루일 뿐이다. 우리는 생존하고 번식하고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이 세상에 나온 존재라고 생각한다. 창조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고통의 의미는 거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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