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체력과 열정

샌. 2018. 8. 13. 17:36

"체력과 열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살짝 미쳐야 하고, 득실을 계산하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에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 이 말을 한 조유성 할머니는 여든셋인데 동남아의 밀림을 찾아다니며 곤충 사진을 찍고 있다. 벌써 9년째다. 사진을 배우고 나서 야생화와 곤충의 세계에 빠졌고, 2천년대 후반부터는 열대지방 동식물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밀림 안에 움막을 짓고 생활하기도 했는데, 현재는 인도네시아 프로볼링고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 할머니가 멋있다고 여기면서 나는 왜 안 될까를 생각한다. 이것저것 재고 있기 때문이지만, 실은 바라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살짝 미치는 게 두려운 이유도 있다. 부러운 것과 실천은 별개다.

 

나이가 들면 체력과 열정이 시드는 게 당연하다. 일부는 젊은이 같은 정력과 열정으로 노년을 살기도 하지만 보편적일 수는 없다. 그런 사람을 기준으로 삼았다가는 큰일 난다. 나에게 맞는 삶을 찾는 게 중요하다. 나름의 즐거움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노년이 되면 소소한 행복의 가치를 깨닫는다. 체력과 열정이 쇠하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다. 인간은 어쨌든 제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못 한다 해서 불행해지지는 않는다.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를 얻는 게 인생이다.

 

나이가 들어보니 체력과 열정이 그리 대단하게 여겨지지도 않는다. 둘을 갖추면 좋겠지만 미치지 못한다 해도 내 행복과는 별 관계가 없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진다. 그보다는 둘의 불균형이 문제다. 체력은 왕성한데 열정이 없다거나, 열정은 청년 뺨치는데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부조화가 생긴다. 한쪽을 무리하다가 탈이 날 수 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나이를 먹으면서 히말라야의 꿈이 점점 멀어지는 게 아쉽다. 아직 ABC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지만 솔직히 체력에 자신이 없다. 험하고 불편한 환경을 견뎌내는 일도 귀찮다. 열정이 사그라진 탓이다. 안 가면 안 돼가 아니라 다시 못 가게 되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 발 뺀다.

 

조 할머니같이 좋아하는 것에 자신을 투신하는 일은 멋지다. 그렇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런 비범함을 갖추지 못하고 살아간다. 능력이 되는 사람은 능력이 되는대로, 안 되는 사람은 안 되는 대로 살아갈 뿐이다. 행복의 관점에서 둘의 우열은 없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아가는 행복이 있고, 못한 사람은 못난 대로 살아가는 행복이 있는 것이다. 그리 생각해야 노년이 편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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