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외톨이로 당당하게 살기

샌. 2018. 8. 28. 07:39

한겨레신문에서 박홍규 선생의 근황을 들었다. 선생의 삶과 글은 <녹색평론>을 통해 여러 차례 접한 바 있다. 생태주의 실천가라 할까, 비슷하게는 윤규병, 황대권 선생 같은 분들이 떠오른다.

 

선생은 올해 영남대에서 정년퇴직했다. 삶의 방식을 바꾸기 위해 경산의 시골집으로 이주한 것은 1999년이었다.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텃밭을 가꾸며 지구에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을 살려고 했다. 머리는 집에서 깎고, 수염도 한 달에 한 번 가위로 자른다. 목욕도 자주 하지 않고 비누만 쓴다. 부인도 평생 화장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선생이 정한 땅의 소유 한계는 300평이다. 우리 국토에서 경작 가능한 땅을 7천만 인구로 나눴을 때 한 사람에게 300평 정도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시골집과 텃밭이 부인 몫을 합해 600평이다. 집과 농막도 황토와 버려진 목재를 이용해 직접 지었다.

 

시골로 거처를 옮긴 뒤에는 모든 인연을 끊고 산다. 동창회나 관혼상제, 회식 등 사교 모임에는 일절 가지 않는다. 가족이나 친족 안에서도 이단아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책 친구, 생각 친구는 있어도 죽마고우니 동창 친구는 없다. 밭농사 지으며 책 읽고 글 쓰는 일에만 전념한다.

 

"외롭다는 표현은 안 맞다. 외로우려면 심심해야 하는데 제가 할 일이 워낙 많고 재밌는 게 많아서 전혀 심심하지 않다. 책이나 영화 볼 것도 많고, 외국 다닐 일도 많다. 사람들을 안 만나서 외롭다는 생각은 안 든다. 오히려 사람을 만나면 더 외롭고 괴로운 거 아니냐."

 

외롭게 사는 게 훨씬 더 가치가 있다는 선생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선생은 무리와 어울리지 않는 기질을 타고난 것 같다. 중고교 때부터 미술실에 처박혀 외톨이로 살았다고 한다. 더러운 세상에서 자발적 왕따로 살라고 선생은 권한다.

 

선생의 일상은 소박 단촐하다. 새벽 2~3시쯤 일어나면 아침까지 글을 쓰고, 텃밭에 나가 일한 뒤 아침을 먹고는 학교 도서관으로 간다. 저녁에는 돌아와서 밥 먹고 보통 8시쯤 잔다.

 

선생은 150권이 넘는 책을 냈지만 인세나 원고료를 안 받는 저자로 유명하다. 원고료 없이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푼이라도 더 싸게 책이 나와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다면 만족한다.

 

자동차나 휴대폰 없이 살아가는 선생은 먼 길을 갈 때도 가능하면 무궁화호나 배 등 느린 교통수단을 이용한다.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는 삶을 산다는 점이 대단하다. 체제 변화를 이룰 대안은 아니지만 지구를 위해 소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생은 비폭력 평화주의자로서의 아나키스트다.

 

선생은 스콧 니어링과 닮은 점이 많다. 앞으로의 꿈은 평화사상연구소를 세워 평화 운동을 확산하는 것이다.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한 기본적인 사상을 공부하며 연구하고 싶다고 한다. 온몸으로 자신의 사상과 일치하는 삶을 살아가는 선생은 우리 시대에 본받을 만한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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