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돈이 뭐길래

샌. 2018. 10. 6. 10:31

유럽의 중세는 종교에 미친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유럽 여행을 할 때 미술관에 들러보면 대부분이 기독교와 관계된 그림이다. 중세 시대 작품은 백 퍼센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는 가치관이나 행동 양식이 오로지 종교의 지배를 받았다. 당시 사람들은 자신들이 신의 뜻을 따르면서 옳게 살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지배층은 이런 민중의 무지를 이용하면서 기득권을 마음껏 누렸는지 모른다.

얼마나 비인간적인 환경에 살고 있는지는 동시대에 사는 사람은 모른다. 숲을 벗어나야 전체적인 윤곽을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의 한복판에 살고 있다. 돈이 최고인 세상이다. 중세 사람들이 종교와 믿음을 위해 살았던 것처럼, 우리는 돈을 사람보다 더 중요시하며 그걸 당연시한다. 한 마디로 돈에 미쳐 있다. 먼 훗날 역사가들이 이 자본주의 시대를 돌아보며 얼마나 야만적인 사회였는지를 고발할 것이다.

인간 세상의 갈등이나 범죄가 대부분 돈 때문이다. 돈 때문에 교활해지고 친구를 배반한다. 인간 이하의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얼마 전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았다. 필자의 친구 하나가 갑자기 효부가 되었단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병석의 시아버지를 집에 모시고 와서 극진히 보살핀다는 얘기였다. 사연인즉, 시아버지가 1년 이상 살아있어야 자기 아들한테 부과되는 상속세 5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단다. 그러니 악착같이 시아버지를 살려둬야 했다. 이런 사실을 별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주변에 자랑하는 모양이다. "아들아, 내가 할아버지는 기필코 책임질 테니 너는 걱정 말고 돈이나 벌어라." 사람을 움직이는 게 돈이 되어서야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부끄러움을 모르면 인간이 아니다.

이 사람의 경우는 약과인지 모른다. 돈 때문에 친족간의 살인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그러니 드러나지 않은 갈등과 다툼은 얼마나 많겠는가. 돈 몇 푼 때문에 형제간의 우애도 헌신짝처럼 버려진다. 사람을 잃고 돈을 얻은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참으로 어리석은 인간이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현실은 반대니까 이런 경구가 회자되는 것이리라. 돈을 위해서는 명예를 헌신짝처럼 내버린다. 오죽하면 '개 같이 벌어 정승 같이 쓴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또한, 돈을 얻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것은 제 건강을 갉아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만 아니라 자신도 해친다.

돈과 권력을 모두 탐하다가 패가망신한 경우를 TV 화면으로 자주 본다. 전직 대통령도 있다. 참된 명예는 능력이 됨에도 불구하고 자제하는 데 있다. 스스로 선택한 청빈이라면 존경하지 않을 리가 없다.

돈의 특징 중 하나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돈 욕심에는 끝이 없다. 대기업 회장이나 사장과 주로 상담한 어느 심리학자 얘기를 들었는데, 그들이 공통으로 "자신은 돈이 없다"고 말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수준에서는 엄청난 부자이건만 그들은 기준이 다른 모양이다. 높은 곳만 바라보니 늘 결핍에 시달린다. 있는 사람이 더하다.

우리는 자본주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다.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있다지만, 나는 사람 위에는 돈이 있다. 모두가 돈을 바라보며 뛰고 난다. 돈에 매몰되면 인간이 천박해질 수밖에 없다. 통제되지 않은 자본주의가 인간성에 미치는 폐해는 심각하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겠는가. 요사이 자조 섞인 독백을 자주 한다. "돈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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