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은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고 와서 아이 엄마에게 고했다
글쎄 예가 동전을 삼켰대요
얼마짜리를요? 엄마는 태연하게 물었다
친구의 100원짜리를 빼앗아 놀다가, 뺏긴 친구가 뺐으려 하자, 입에 넣고 삼켜 버렸대요
엄마, 나 죽어, 하며 아이는 울어댔지만, 엄마는 더 태연했다
남의 돈 수천씩 먹고도 안 죽는 사람 많더라
설마, 그깟 것 먹고 죽을까잉, 걱정 마
기가 막힌 선생님은 돌아갔고, 아이는 그래도 걱정되어 기도했다
하느님, 앞으로는 절대로 남의 돈 안 먹을 테니 살려주세요
다다음날 아침, 앉은 변기에서 똑 소리가 들려 돌아다보니, 대변에 하얀 동전이 섞여 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엉덩이를 깐 채로 감사기도부터 했다
- 걱정 마, 안 죽는다 / 유안진
이 엄마는 계모인가, 라고 물을 만하다. 아이를 키울 때 어떤 때는 계모 스타일이 필요하다. 아이가 자립하는 힘을 키워주니까. 참 재미있는 시다. "남의 돈 수천씩 먹고도 끄떡없는데 그깟 것 먹고 죽을까잉." 엄마의 능청스런 연기가 웃음을 짓게 한다. 아이는 그래도 다급하다. 변기에서 들리는 똑, 소리가 얼마나 기뻤을까. 어른들은 이런 경고음을 듣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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