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샌. 2018. 11. 23. 10:27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자서전이다, '환상의 빛'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영화를 만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를 찍으며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을 진솔하게 밝힌다. 실제 영화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자서전이라고 해서 고레에다 감독의 성장기나 일대기를 기대한다면 실망할지 모른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에는 오직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만 나온다. 영화를 제작한 시대순으로 각 작품을 설명한다.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영화를 찍었는지 알게 되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고레에다 감독의 대표 영화는 다음과 같다.

 

환상의 빛(1995)

원더풀 라이프(1998)

아무도 모른다(2004)

걸어도 걸어도(2008)

공기인형(2009)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리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

 

최근에 '세 번째 살인'도 나왔다. 나는 '원더풀 라이프'와 '공기인형'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보았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는 애증으로 맺어진 가족간의 갈등과 상처, 사랑을 섬세한 일상을 통해 보여준다. 더 나아가면 인간 탐구로 이어지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은 사소한 일상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 고레에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주는 메시지다. 아이들의 성장기를 다룬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도 마찬가지다. 비일상적인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성장해 나간다. 우리 삶은 동화 같은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아무도 모른다'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같은 영화를 촬영할 때 아이들에게는 각본은 전혀 건네지 않은 채 당일에 장면을 설명하고 대사를 말로 전하는 방법으로 촬영한다고 한다. 그래야 순간순간 아이들 연기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틀에 짜여진 연기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런 것이 감독의 역량이 아닌가 싶다.

 

고레에다 감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감독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창동 감독이 있다. 두 분의 작품에서는 인간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느껴져 좋다. 이 감독 작품에서는 인간을 억압하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비판 의식이 더 드러난다. 앞으로도 자신의 색깔을 가진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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