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퍼스트 맨

샌. 2018. 11. 28. 09:56

 

인간이 달에 첫발을 디딘 지 50주년이 되는 해가 내년이다. 아폴로 11호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1969년 7월, 인류가 최초로 달에 갔을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신문에 난 아폴로 기사를 모두 스크랩하면서 나는 우주과학자가 되는 꿈을 꾸었다. 7월 20일, 암스트롱이 달에 내려서는 모습을 TV로 보던 흥분은 잊히지 않는다.

 

이 영화 '퍼스트 맨(First Man)'은 최초로 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과 아폴로 11호 이야기다. 우주 경쟁에서 소련에 뒤진 미국은 국력을 집중하여 달 정복에 나선다. 1961년에 케네디 대통령은 선언한다. "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We choose to go to the Moon)." 이 장면이 영화에도 나오는데, 달에 가는 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입니다, 라는 명연설이었다.

 

제미니 계획으로 우주선의 랑데부와 도킹 연습을 한 후, 드디어 달로 향하는 아폴로 계획으로 이어진다. 무모한 시도로 보이는 달 착륙은 인류 최대의 프로젝트였다. 미국은 케네디 대통령의 장담대로 결국 10년 안에 목표를 이뤄낸다. 워낙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라 달 착륙 조작설은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퍼스트 맨'은 닐 암스트롱을 중심으로 달 착륙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너무 담백해서 밋밋한 느낌을 주지만, 주인공을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는 점이 좋다. 성조기를 꽂는 모습도 생략했다. 극적인 장면을 보여줄 수도 있건만 영화는 냉정함을 유지한다. 오히려 우리가 흥분하려는 것을 달랜다. 그리고 우주를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경계한다. 덜컹거리는 작은 캡슐 같은 우주선으로 무사히 달에 갔다 왔다는 사실이 기적 같다.

 

"나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달에 첫 발자국을 찍을 때 암스트롱의 심정은 어땠을까. 인류 역사에서 그는 영원히 기록될 이름으로 남았다. 달에 내린 암스트롱이 어릴 때 병으로 죽은 딸을 생각하며 딸의 팔찌를 달 표면에 놓고 뒤돌아서는 장면은 뭉클하다.

 

영화에는 달에 가는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시위 장면도 나온다. 달에 가는 데 엄청난 돈을 쓰는 게 과연 합당한가, 라는 논쟁은 현재도 유효하다. 환경이나 빈부격차 등 지구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당시 아폴로 계획은 냉전체제 하에서 정치적 결단에 의해 이루어졌다. 일거에 소련을 압도하려는 모험적인 시도였다. 성공하고 나서 우주 탐사를 소홀히 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때를 생각하면 조경철 박사도 떠오른다. 별명이 아폴로 박사였다. 달 착륙의 전후 과정을 구수하고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영화 '퍼스트 맨'은 영웅주의나 얄팍한 애국심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 좋다. 이 영화가 달 착륙 조작설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달 착륙보다 조작하는 게 더 어려워 보인다. 수많은 관계자의 입을 막는 게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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