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스무 포기 김장한 날

샌. 2019. 11. 7. 19:20

전에는 고향에서 형제들이 모여 같이 김장을 했지만, 각자의 집에서 따로 하게 된 건 4년이 된다. 어머니 기력이 떨어지신 게 제일 큰 이유다. 함께 모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번거롭고 신경 쓰이는 게 많다. 각자 제 집 입맛에 맞게 알아서 하니 간편해서 좋다. 세월이 흐르면 변하는 게 옳다.

이번에는 이웃이 농사 짓는 밭에서 배추 스무 포기를 구해 담구었다. 이에 비해 양이 많아진 것은 처제네 몫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조카가 수험생이라 김장으로나마 도와주려는 것 같다. 처제는 오후에 와서 잠깐 일손을 거들었다.

배추 스무 포기 김장 준비하는 데도 사흘이 걸렸다. 김장을 끝내고 나니 아내는 다운 직전이다. 시골 어머니는 80대의 나이에도 자식들 김장 준비를 홀로 다 하셨다. 심고 거두며 절인 배추가 200포기는 되었을 것이다. 그때는 몰랐다. 투덜대기만 했다.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 아내의 모습을 보며 어머니의 숨은 노고를 읽는다.

이웃분의 곤지암 농장이다. 배추를 미리 절여놓으셔서 우리는 차로 싣고만 왔다. 사실 나는 배추보다 시골 터에 관심이 갔다. 아내가 준비하는 동안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밭에 거주할 수 있는 컨테이너를 들여놓고 흙을 나르며 일을 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보였고 부러웠다. 은퇴하고 시골에 내려온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 나도 50대 때 그런 경험을 했지. 그러나 너무 거창하게 시작해서 실패했는지 모른다. 이제 다시 소박한 꿈을 꾸지만 지금은 경제적 여유가 없다. 운이 좋아 어디에 작은 땅 한 구석이라도 빌릴 수 있다면 좋겠다. 지치고 외로울 때 홀로 있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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