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내려간 길에 잠시 짬을 내 전주천을 걸었다. 백제교에서부터 상류 방향으로 한벽당까지 걸었는데, 지나간 다리를 체크해 보니 11개였다. 거리로는 6km 정도 될 것 같다.
남쪽으로 내려왔으니 안 그래도 더욱 봄 같은 날씨였다. 낮 기온이 10도 가까이 올랐다. 역시 전주천에서도 겨울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주에서도 올해는 눈 구경을 못했다고 한다.
산책로를 따라 개불알풀 꽃이 활짝 폈다. 아무리 남쪽 지방이라지만 굉장히 빠른 편이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는 옆으로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갔다. 전주 분들에게는 일상이 된 풍경인가 보다.
한 시간 정도 걸어서 남부시장 옆을 지났다. 남부시장은 5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조선시대 3대 시장 중 하나라고 한다.
볼 때마다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한 남천교다. 다리 위에는 청연루(晴烟樓)라는 직사각형 형태의 큰 정자가 있다.
오늘 걷기의 끝에 있는 한벽당이다. 한벽당은 조선 건국에 큰 공을 세운 최담이 태종 4년(1404)에 별장으로 지은 건물이다. 누각 아래로 흐르는 맑은 물이 시리도록 차다 하여 '한벽(寒碧)'이란 이름을 붙였다. 정자에 서 보지만 옛날의 풍취를 느끼기는 어렵다.
30대 때만 해도 전주에 내려오면 이 한벽당 아래에서 오무가리탕을 먹었다. 그때는 오무가리탕이 전주에서 제일 이름난 음식이었다. 전주천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탕을 끓였는데 정말 맛이 좋았다. 그 뒤로 전주천이 오염되면서 한벽당 오무가리탕의 명성도 사라졌다. 지금도 오무가리탕을 하는 집 서너 가게가 남아 있지만 추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주천의 수질도 개선되었으니 옛 추억의 맛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한벽당에서 돌아서 나와 전주향교와 경기전을 둘러보았다. 한옥마을 주변이라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하나 같이 야릇한 한복을 입고 휴대폰 달린 셀카봉을 들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 탓인지 중국인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한 게 특이했다.
전주천과 한옥마을을 포함하여 두 시간여를 걸었다. 10년 전에도 같은 코스를 걸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한옥마을이 확 바뀌었다. 보고, 먹고, 즐길거리가 엄청 많아졌다. 전에 가게가 적을 때는 필방이 주로 눈에 띄었는데, 지금은 먹고 마시는 분위기로 변했다. 세상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너무 먹자골목식으로 변하는 건 반대다. 전동성당 앞에서 걷기를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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