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산다는 건 힘들어

샌. 2020. 2. 12. 12:16

가끔 아내와 막걸릿잔을 맞대며 이야기를 나눈다. 신변에서 일어난 일부터 이웃과 자식 등 사람에 관한 얘기가 주된 화제다. 그러다가 공통으로 맺어지는 결론이 있다. "산다는 건 힘들어!"

 

모르는 사람은 날 보고 팔자 편하게 산다고 할지 모른다. 자식은 모두 출가시켰고, 연금을 받으니 돈 벌 걱정 없고, 무슨 염려 있겠느냐는 것이다. 블로그만 보면 신선 같이 사는 줄 안다. 그러나 사람 살아가는 양태는 비슷하다. 부모와 자식, 형제 사이 등 근심 걱정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층간소음은 요사이 내 일상을 괴롭히는 문제 중 하나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만사가 귀찮아지고 사람 만나는 것도 싫다. 이웃을 미워하는 내 모습이 두렵다. 어제 아내는 위층을 다시 방문했다. 그쪽에서는 아래층에 까다로운 노인이 살고 있다고 불평하는 모양이다.

 

다른 사람 눈에는 사소해 보여도 당사자에게는 손톱 밑 가시 같은 일이 누구에게나 있다. 혹 가시를 뽑아낸다 해도 이내 또 다른 가시가 박혀 괴롭힌다. 층간소음이 해결된다고 인생이 편안해질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말은 아무리 곱씹어도 명언이다. 산다는 건 각 단계마다 찾아오는 고통을 체험해 나가야만 하는 과정이 아닐까.

 

고통은 회피할 수 없다.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과제다. 인생이 고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동병상련의 가련한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러면 다소나마 위안이 된다. 원수 같은 사람에게도 얼마간의 동정심이 생긴다. 그것은 나를 좀 더 따스하게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에 나오는 말씀이다. '근심과 곤란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가르침이 뜨끔하다. 근심과 곤란은 누구나 피하고 싶어한다. 그런다고 피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껴안으며 살으란다. 얼마만큼 익어야 이 정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얼마만큼 성장해야 화나 재앙마저 복으로 여길 수 있을까.

 

어쨌든 산다는 건 복잡하고 힘들다.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걷다가도 몸뚱이는 작은 돌멩이에 걸려 넘어진다. 그런 생채기가 아물 틈이 없다. 창밖에는 겨울비가 내리는데, 오늘도 한숨을 쉬며 중얼거린다. "산다는 게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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