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목수의 망치, 판사의 망치

샌. 2020. 1. 19. 10:59

"수학 7등급 나오면 용접 배워서 호주 가야 돼. 돈 많이 줘." 유튜브의 인기 수학 강사가 한 말이 지난주에 논란이 되었다. 용접공을 비하했다고 해서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강사는 사과했다.

 

공부를 못하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 듯 보이지만, 강사의 발언에는 직업에 대한 은근한 차별 의식이 깔려 있는 느낌을 받는다. 무심코 나온 말이겠지만 마음 밑바닥에는 그런 의식이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기술을 배운다는 사실의 연관 관계도 없다.

 

전에 근무했던 J 고등학교에서는 독일에서 광부로 일했던 선생님이 계셨다. 귀국해서 교사 자격증까지 딴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그분이 들려주던 여러 독일 얘기를 흥미롭게 들었는데, 광부 월급이 교수보다 더 높다고 해서 반신반의했던 기억이 난다. 독일은 위험한 육체노동을 하면 그만한 대우를 해준다는 것이었다.

 

호주에서 용접공이 상당한 보수를 받는다는 강사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선진국의 공통된 특징이다. 중요한 것은 보수만이 아니라 국민 의식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용접공이나 배관공이어도 떳떳하고, 시선의 차별을 지 않는다. 당당한 직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도 기술자나 블루칼라에 대한 대우가 많이 좋아졌다. 얼마 전에는 환경미화원의 연봉이 5천만 원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직업을 바라보는 사회의식은 아직 전근대적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거나 기술자라면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남아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잘들 말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잘못된 유교 문화의 잔재가 아닌가 싶다.

 

다행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런 가치관이 깨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책 <저 청소 일 하는데요?>의 주인공은 빌딩 청소 일을 하며 디자이너로서의 자기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는 게 제일 힘들다 했다. 앞으로 한 세대가 지나면 우리 사회도 많이 전진해 있을 것이다.

 

꼭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과잉 학력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한 돈과 시간의 소비는 어마어마하다. 독일처럼 일찍 진로가 결정되면 이런 낭비는 막을 수 있다. 물론 대학을 가지 않아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되어 있어야 한다.

 

목수의 망치와 판사의 망치가 다르지만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판사의 망치만큼 목수의 망치도 존중을 받아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여러 직업이나 직급에 따른 소득 불균형의 문제가 개선되는 게 우선이다. 그러면 국민 의식도 차차 변할 것이다. 이번 스타 강사의 발언 논란은 우리가 선진 사회로 나아가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 느린 걸음이지만 세상은 조금씩 진보하고 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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