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효도와 우애

샌. 2019. 12. 25. 10:53

해외 패키지여행에서는 가족과 함께 오는 팀이 제일 많다. 주로 부부나 자매, 모녀 사이도 자주 눈에 띈다. 여행도 여자 중심으로 팀이 꾸려진다. 지난 스페인 여행에서는 남자 삼 형제가 부부끼리 함께 왔다. 여러 차례 패키지여행을 했지만 형제 부부가 함께 다니는 건 처음 보았다.

 

식사 시간에는 같은 식탁에 앉을 기회가 많았는데 형제와 동서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부러웠다. 50대 후반과 60대 초반의 나이들인데 마치 어릴 때 사이좋은 형제들처럼 우애가 있었다. 형제끼리 자주 여행을 다니고, 한국에서도 가까이 살며 자주 만난다고 했다. 그 비결을 배우고 싶었지만 가르쳐 준다 한들 내 능력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었다.

 

많은 집안에서 형제간에 갈등이 있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다. 자랄 때 형제이지 커서 장가들고 나면 남남이 된다. 왕래가 끊어지기도 하는데, 어떤 경우는 남보다 못하기까지 하다. 형제간에 우애를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건 현대 사회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문제가 생기는 건 대부분 돈과 관련 있다. 재벌가의 형제들 다툼이 가끔 보도되지만, 여느 장삼이사 집안이라고 다를 것 같다. 타인이라면 술 한 잔으로 쉽게 털어버릴 일도, 형제는 앙금이 생기는가 보다. 카인과 아벨처럼 형제에게는 뿌리 깊은 경쟁심이 있다. 부모가 장수하게 되면 모시는 문제로 시끄러워진다. 누군가 희생을 하면 잘 굴러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낯을 붉혀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종종 보는 일이다.

 

어머니는 가끔 독백하듯 말씀하신다. "내가 죽으면 너희들은 서로 볼 일도 없을 거다." 이 말을 들으면 막심한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형제간의 우애는 나의 아킬레스건이다.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는 것만 한 효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부모 마음을 제일 편안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내 혼자 힘으로는 불가항력이다.

 

우애 없는 효도는 반쪽이다. 반면에 우애가 있다면 반드시 효도가 따른다. 이런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음을 실감한다.

 

"효도하고 우애하지 않는 자는 있어도, 우애하는 자로서 효도하지 않는 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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