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쓴 글인지 모르겠지만 오래 전에 본 짧은 문장 하나가 기억에 남아 있다. "그냥 사는 사람은 없다!" 가끔 독백하듯 되뇌면 왠지 위로가 되는 말이다.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글쓴이의 의도는 잊어버렸지만 지금은 내 식대로 해석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서 '그냥'의 뜻을 나는 '생각 없이' '편하게' '고통 없이' 등으로 받아들인다. 인간은 의미를 찾는 동물이다. 누구나 자기 나름의 삶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개똥철학일 망정 자신을 지탱해 주는 삶의 지표가 있다. 그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분별하며 살아간다. 그런 과정에서 가치관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냥 거저먹기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겉으로 볼 때는 세상 부러울 것 같이 사는 사람도 내면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다 자기 몫의 고뇌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 '타인도 마찬가지'라는 의미가 "그냥 사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속에 들어있다. 같은 인간으로서의 동질감은 이웃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너와 나의 가슴을 따스하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적으로 타자에 대해서는 인색하고 무관심하다. 내 세계에만 매몰되어 이웃의 삶을 평가절하한다. 내 잣대로 세상을 너무 쉽게 재단해 버린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제 소통의 부재, 공감의 부재는 개인을 넘어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정치판의 악다구니가 국민을 둘로 갈라놓는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부화뇌동하는 국민이 있으니 정치꾼들이 저토록 까불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내 나이 또래가 모인 단톡방은 온통 반정부 일색이다. 듣다 보면 문재인과 민주당은 이완용보다 더한 매국노 집단이 된다. 성질이 날 때는 모임에서 탈퇴할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정치 견해만 빼면 모두 괜찮은 사람들이다. 알게 되면 달라진다. 누구든 그 가치관을 형성한 삶의 배경을 알게 되면 인간으로서의 공감대를 느끼게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식견 범위 안에서 사람들은 소신껏 살아간다.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 누가 옳고 그르고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인연으로 만나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하고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은가. 근심하고, 걱정하고, 아파하고, 슬퍼하면서, 가끔은 웃기도 하면서, 우리는 비슷하게 살아간다. 한 번뿐인 인생을 되는 대로 살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다들 나름으로는 진지하게 살아간다. 내가 그렇듯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냥 사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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