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머스크의 테러

샌. 2020. 3. 30. 10:33

어느 분이 얼마 전에 찍은 별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사진 가운데로 낙서를 한 것처럼 흰 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분의 설명으로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여러 대가 열을 지어 이동한 흔적이라고 했다. 사진을 못 쓰게 만들었으니 그분 입장에서는 '머스크의 테러'라고 부를 만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야심을 가진 사업가다. 그가 꿈꾸며 실행하는 스케일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 불허다. 그중 하나에 '스타링크 프로젝트(Starlink Project)'가 있다. 인공위성으로 세계 전역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프로젝트다. 2027년까지 지상 550km의 우주 궤도에 인공위성 12,000개를 올려서 사막이나 극지방 등 지구 어디서라도 이용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미 인공위성 300개가 올라가 있고, 올해 말까지 1,500개를 더 진입시킨다는 계획이다. 격자무늬로 회전하는 인공위성으로 지구는 촘촘히 덮이게 될 것이다.

 

소외 지역이 없는 인터넷망을 만들기 위해 1만 개가 넘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발상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스타링크 프로젝트는 초기 투자비가 엄청나게 드는 사업이지만 한 번 구축해 놓으면 그 뒤부터는 돈이 저절로 들어온다고 머스크는 확신한다. 그렇게 번 돈으로 머스크는 인간이 살 수 있도록 화성을 개조하려고 한다. 화성에 갈 로켓은 개발을 시작했고, 시험 비행도 성공했다.

 

500년 안에 화성을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 '녹색 화성 플랜(Green Mars Plan)'이다. 화성을 제2의 지구로 탈바꿈시키는 구상이다. 우선은 화성 표면에 밀폐된 우주도시부터 건설될 것이다. 앞으로 100년 안에 100만 명이 거주하는 시설이 가능하다고 한다. 머스크는 외계로 나가지 못하면 인류는 자멸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 같다. 환경 등 누증되는 문제를 지구 안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류는 다행성 종족(Multi-planetary Species)으로 진화해야 하는데, 그 첫걸음을 머스크가 주도하고 있다.

 

화성 개조 계획은 칼 세이건이 이미 60년 전에 제안한 바 있다. 꿈 같이 들렸던 이야기가 실제가 되는 현실을 우리는 살고 있다. 현재 어린이들 중에는 화성에 가서 살 첫 세대가 되는 아도 있을 것이다. 공상과학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이런 자급자족하는 화성 도시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두운 그림자도 능히 상상해 볼 수 있다. 화성에 유토피아를 건설한다고 모두가 화성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선택된 사람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류는 화성으로 이주하는 사람과 황폐해진 지구에 남는 사람으로 구별될 것이다. 본격적으로 화성 사업을 추진하면 지구는 버려지고, 서로 다른 두 개의 종족으로 갈라질지 모른다.

 

호모 사피엔스가 제 손으로 지구를 망가뜨리고 포기한다면 다른 곳에 간들 제 버릇을 고칠 수 있을까. 지구는 인류의 본향이다. 화성에 쏟아붓는 엄청난 돈을 안으로 돌린다면 훨씬 더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별 사진에 줄이 그어지는 정도는 애교일지 모른다. 앞으로 일어날 지 모를 어마무시한 '머스크의 테러'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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