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희망사항

샌. 2020. 4. 13. 09:59

보통 진보와 보수를 나눌 때 민주당은 진보, 통합당은 보수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내 기준으로는 민주당이나 통합당이나 모두 보수다. 민주당은 약간 진보적 색채를 띤 보수당이고, 통합당은 오른쪽으로 치우친 보수당이다. 진보라고 하면 정의당이나 녹색당, 민중당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나 통합당은 기득권층의 권익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민주당보다는 통합당이 훨씬 심하지만, 통합당과 다르다고 민주당을 진보라고 하기는 어렵다. 재벌이나 부동산을 대하는 엉거주춤한 자세, 특히 성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보면 그렇다. 진보라면 사회가 다소 혼란을 겪더라도 복지나 평등, 정의의 문제에서 원칙을 견지하고 적극적으로 싸워야 한다. 말이나 구호만이 아니라 정치인이 살아가는 삶의 방향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우리나라는 민주당과 통합당의 보수 그룹과 정의당이나 민중당 같은 소수 정당의 진보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그중에서 민주당은 진보 성향의 개혁적 보수이고, 통합당은 온전한 수구 보수라고 해야겠다. 지난해부터 대두된 태극기 세력은 극우에 해당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정당의 이념 스펙트럼이다. 물론 진보와 보수는 나누는 기준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민주당이나 통합당은 당 강령이나 공약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정의당이나 민중당은 다르다. 특히 민중당의 부동산 공약은 파격적이다. 30억 상속상한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 농지개혁 등이 있다. 그러나 국민의 호응을 얻기에는 아직 너무 먼 거리에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조사에서는 자신을 보수라고 여기는 사람이 20% 정도였고, 중도는 50%나 되었다. 너무 조심스럽게 대답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볼우리나라 국민의 정치 성향은 대략 보수 40%, 중도 40%, 진보는 채 20%가 안 될 것 같다. 이때까지의 선거에서는 보수와 중도를 합한 표를 민주당과 통합당이 나누어 가졌다. 진보가 차지할 자리는 너무 좁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지금껏 보수가 정권을 잡아 왔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정권을 교대로 맡아 왔으니, 결코 진보-보수 사이의 정권 교체라고 할 수 없다. 미국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과 닮았다. 그런 때가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의당이 집권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진보 정권이 들어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틀 뒤면 21대 총선이다. 이번만큼 이념 대결이 치열한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도 없다. 그런 점에서 선거 결과가 무척 궁금하다. 지금 분위기라면 민주당이 통합당을 누르고 압승할 것 같다. 통합당이 워낙 꼴 보기 싫은 짓을 많이 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게 생겼다. 막말 같은 품격 낮은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이번에는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해 민주당으로서는 운이 좋은 것 같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민주당이 압승하고 통합당이 패배한다면 민주당이 보수의 대표 주자가 된다는 뜻이다. 통합당 같은 수구 보수가 사라진다면 민주당의 대항마는 통합당이 아니라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 세력이 될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펼쳐지리라 본다. 이번 선거를 비롯해 앞으로의 선거에서 통합당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가정하에 상상해 본 미래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국민의 의식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정당이나 정치인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주권자인 국민의 한 표며 여론이다. 그래서 누구에게 투표하느냐가 중요하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진정한 진보와 보수의 대결을 볼 수 있을까. 그러자면 현재 통합당과 정의당이 자리바꿈을 해야 한다. 이틀 뒤의 총선 결과에 따라 그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민주당과 정의당이라는 양당 체제가 너무 터무니없는 희망사항이 아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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