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짜릿한 개표 방송

샌. 2020. 4. 16. 12:53

어제 실시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163석, 통합당이 84석, 정의당이 1석, 무소속이 5석을 얻었다. 민주당의 압승, 통합당의 참패다.

 

어느 선거나 결과가 조마조마하지만 이번 총선은 유례없는 진영 대결이 벌어져 더 흥미로웠다. 선거에서는 국민이 심판관이다. 이번 총선은 국민이 확실하게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통합당의 정치 행태에 환멸을 느낀 국민이 많았다는 얘기다. 민심이 어떠한지 통합당은 잘 성찰해야 할 것이다.

 

제발 우리나라 정치도 한 단계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막말을 일삼는 정치인도 사라져야 한다. 이번에 그런 의원들 대부분이 낙선한 건 다행한 일이다. 이래서는 표를 못 받겠구나, 하는 경각심을 줬다고 생각한다. 21대 국회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동안 친구들이 모인 단톡방에서는 현 정부를 잡아먹을 듯 비난하고 가짜 뉴스를 퍼나르며 선동하는 글이 넘쳐났다. 그런 걸 매일 서너 개씩 보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나 같은 외톨이 '좌빨'(?)은 반박도 못하고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 총선 결과가 나에게는 매우 중요했다. 개표가 진행될수록 민주당이 압도해 나가는 방송 화면이 고맙고 짜릿했다.

 

결과가 드러난 오늘 아침, 단톡방은 조용하다. 셋 중 하나는 지금껏 잠잠하고, 둘은 고작 하나씩만 반응이 올라왔다.

 

A : "이 나라 우야먼 좋노. 걱정이다."

(친구야, 너무 걱정 마라. 니가 신경을 꺼도 다 잘 될 끼다. 늙은 우리는 내 몸과 정신을 가꾸는 데 집중하자.)

 

B : "보수의 꿈 -- 바람에 날리는 塵土가 되었구나. 차려진 밥상에, 숫가락 쥐어줘도 먹을 줄 모르는 멍청이들이구나. 아주 철저히 망해 버려라. 그리고 새롭게 태어나라~"

(수구가 아니라 합리적 보수로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 제발. 통합당이 그럴 능력이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민주당 압승이라는 태풍이 분 탓인지 다른 진보 정당이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은 아쉽다. 나는 이번에 비례 정당으로 녹색당에 투표했다. 우리도 이제는 녹색당 한두 석쯤은 원내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동형 비례제가 그런 취지였다고 아는데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버렸다.

 

어젯밤 늦게까지 개표 방송을 보며 술잔을 홀짝거린 탓인지 아직 머리가 무겁다. 국민들이 민주당에 신뢰를 보내면서 무거운 짐을 지웠으니 민주당도 제발 정치 좀 잘해 주기 바란다. 여와 야를 떠나 당선된 국회의원 모두 초심을 잃지 말고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줬으면 한다. 햇살 환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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