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지적 생명체 실험 실패

샌. 2020. 5. 16. 12:38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실제 주인은 유전자다. 유전자가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 지적 존재인 인간을 이용할 뿐이다. 처음부터 지적 존재가 되도록 계획하고 유도한 주체는 유전자다. 인간은 오로지 '유전자 기계'에 불과하며, 유전자의 이기성이 제일 잘 발현된 존재가 호모 사피엔스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내용이다.

지구는 살아 있다. 지구는 토양과 대기, 해양과 생물 생태계를 포함해서 조화롭게 작동하는 신성하고 지성적인 존재다. 지구는 유기체처럼 스스로 진화하고 발전해 나간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무기물은 생존에 적합한 방향으로 지구의 상태를 조절 유지해 왔다. 만약 지구 시스템을 파괴하는 요인이 생기면 지구는 그를 제거할 것이다. '가이아 이론'이다.

두 이론이 상충하는 듯 보이지만 지구의 위기 상황이라는 관점에서 공통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유전자는 인간을 선택해서 숙주로 삼은 것을 후회할지 모른다. 인간은 불을 갖고 노는 어린아이처럼 위험하다. 인간이 파멸하면 유전자는 자기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유전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인간의 자기중심성과 공격성을 완화하면서 버텨야 한다. 새 판을 짜자면 수백 만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이아 입장에서도 인간이 지구의 바이러스라는 게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과학 기술을 손에 놓은 인간은 지구 생태계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자기가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착각하며 행동한다. 가이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때 가이아의 선택은 두 가지다. 살살 달래던가, 아니면 아예 인류를 지구에서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지구가 황폐화할 때까지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코로나19는 가이아가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인지 모른다. 너희들 이런 식으로 살다가는 가만두지 않겠다, 그러니 철부지처럼 행동하지 말고 삶의 방향을 전환하라는 경고 말이다. 그렇다면 아직은 인간을 포기하지 않았는가 보다.

망설이는 것은 유전자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호모 사피엔스의 자기 파괴 본능을 부추겨서 아예 말살해버릴까. 만약 유전자가 인간의 몸을 포기했다면 인류는 끝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투자한 것이 아까워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유전자만큼 타산을 따지는 이기적인 존재도 없으니 말이다.

지적 생명체 실험 실패라는 선고가 내려지기 전에 호모 사피엔스는 과연 개과천선할 수 있을까. 열 가지 재앙을 내려도 깨닫지 못한 옛날 이집트 바로왕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시대가 달라도 코로나19 역시 자연이 인류에게 주는 어떤 계시인지 모른다. 미련해서 알아차리지 못하면 앞으로 더한 시련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 끝내 지구에서 퇴출당할 것인가. 어떤 결과가 돌아오든 분명한 것은 선택의 시간이 길지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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