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이름은 알고 있었으나 이제야 읽어본다. 가벼운 단편인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긴 장편소설이다. 분량이 5백 페이지가 넘는다.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의 국민작가이고, 그의 대표작이 이 소설이라고 해서 기대가 있었는데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좀 실망이다. 장편으로 담기에는 지리해질 위험이 있는 이야기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제목 그대로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 세상을 바라본 2년의 기록이다. 여기 등장하는 고양이는 사람의 말만 못 할 뿐 지력은 인간 이상이다. 주인공인 구샤미와 친구들이 고양이의 관심 대상이다. 고양이를 통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알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생각이 고양이를 통해 드러난다.
이 소설이 발표된 1905년은 일본이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하던 때였다. 그만큼 세상은 격동기였고, 이런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는 지식인들의 고뇌와 심적 갈등이 이 작품에 녹아 있다. 신경쇠약과 위궤양에 시달리는 주인공인 구샤미는 부적응 지식인을 대변한다. 어쩌면 소세키 자신의 모습을 그렸는지 모른다. 큰소리치며 언어유희를 즐기는 친구들 역시 그들이 비판하는 세상 속 속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작품은 쓸쓸하게 보여준다.
낮에 이 책을 읽으니 나른해지며 낮잠이 몰려온다. 하긴 줄거리를 놓쳐도 하등 지장이 없는 책이다. 소설은 숫자로 매긴 11단원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각 독립적인 내용이어서 아무 데나 읽어도 괜찮다. 20세기 초를 산 일본인이 아니어서 공감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소세키의 다른 작품도 더 읽어봐야겠다. 한 작품만으로는 작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이 안 된다.
책 뒷부분에 나오는 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아마 이 문장이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말해주지 않나 싶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연민이 바닥에 깔려 있다. 겉으로 보면 신변 잡담 같지만 바탕에는 은은한 느낌이 나는 소설이다.
"태연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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