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샌. 2020. 5. 12. 11:06

코로나19로 인해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것 같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 살아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 것이다. 무한 생산과 무한 소비의 시스템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인류를 파멸시킬지 모른다. 코로나19를 자연계가 인간에게 주는 경고로 받아들여 본다.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는 리오 휴버먼(Leo Hubeman)이 쓴 책으로 1930년대에 나왔다. 90여 년 전에 쓰였지만 지금도 많이 읽히는 책이라고 추천받았다. 이 책은 나 같이 이과를 전공을 사람도 읽기 쉬우면서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발전해 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중세 시대부터 20세기 초까지 경제적 관점에서 인류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1부는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이고, 2부는 '자본주의에서 어디로?'이다. 1부에서는 봉건제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어떻게 자본주의가 생겨났는지 보여준다. 전체를 요약하는 한 대목이 있다.

"영국에서는 1689년쯤에, 그 다음에 프랑스에서는 1789년 이후에, 시장의 자유를 위한 투쟁은 중간 계급의 승리로 끝났다. 프랑스 혁명이 봉건제에 치명타를 가했다는 점에서 1789년은 중세의 끝으로 기록될 만하다. 봉건 사회는 기도하는 사람들, 싸우는 사람들, 일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졌는데, 그 안에서 중간 계급 집단이 생겨났다. 중간 계급의 힘은 여러 해에 걸쳐서 점점 더 증대했다. 그들은 봉건체제에 맞서 길고도 고된 투쟁을 전개했고, 특히 세 차례 결정적인 전투를 치렀다. 첫째는 종교개혁, 둘째는 영국 혁명, 셋째는 프랑스 혁명이었다. 18세기 말 그들은 마침내 낡은 봉건 체제를 파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해졌다. 부르주아지는 봉건제 대신, 이윤 창출을 제1의 목적으로 하는 상품의 자유 교환에 기초한 전혀 다른 사회 체제가 등장했음을 알렸다. 우리는 그 체제를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은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윤을 남기는 교환을 위해서 상품을 생산한다. 이윤이 생기는 곳이면 자본은 어디든 침투한다.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는 과잉 생산된 상품과 과잉 자본의 배출구로 필요했다. 19세기 후반이 되면서 자본주의는 내부 모순으로 위기에 봉착한다. 이 시기에 자본주의의 붕괴를 예언한 마르크스가 등장한다.

지은이인 휴버먼은 학자며 노동 운동가로 진보적 지식인이었다. 이 책을 낼 때 미국은 경제 대공황 이후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중이었다. 유럽에서는 파시즘이 등장하고 있었다. 이런 사건들이 자본주의 체제의 내재적 발전 논리에서 일어나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자본주의의 출현 역시 봉건제의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는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 체제와 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데 굉장히 유용한 책이다.

마르크스의 예언과 달리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자본주의의 전성시대가 되었다. 도리어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면서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었다. 지은이는 책 끝에서 지나친 사적 이윤에 탐욕으로 결국은 자본가와 자본주의가 파멸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동인도 제도 사람들이 원숭이를 잡는 방법에 관한 아서 모건의 이야기에는 자본가들을 위한 교훈이 담겨 있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은 코코야자 열매를 따서 원숭이의 맨손이 겨우 통과할 만한 구멍을 판다. 그 속에 설탕 덩어리 몇 개를 넣고 코코야자 열매를 나무에 매단다. 원숭이는 코코야자 열매에 손을 밀어 넣어 설탕을 쥐고 주먹을 빼려고 애쓴다. 그러나 구멍이 작기 때문에 원숭이의 꽉 쥔 주먹은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탐욕 때문에 원숭이는 파멸한다. 왜냐하면 원숭이는 목표물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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