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로 고향에 다녀왔다. 늦은 추석 성묘와 퇴원 뒤 회복 중이신 어머니 문안을 겸해서였다. 동생네는 남도에 내려가 있었다. 그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고향 찾기를 자제했다. 가려고 하면 어머니가 극구 만류하셨다. 너무 지나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세상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동네에 폐가 될까 봐 어머니 생신도 집이 아니라 밖에서 모였다. 올해는 추석도 건너뛰고 이렇게 열흘 늦게 조용히 내려왔다.
어디서나 참 좋은 가을날이었다. 이번에는 짬이 나는 대로 마을과 주변을 자주 산책했다. 이웃집 친구들 넷과도 오랜만에 대면했다. 어느새 다들 일흔을 넘었거나 코앞에 두고 있다. 허허, 빈 웃음이 자꾸 나왔다.
서천 산책로와 마을 전경.
산소 가는 길.
서천 산책로에는 코스모스가 환했다.
다행히 어머니는 원기를 회복하셨다. 오래 살게 되면 외로움이라는 병과 싸워야 한다. 외로움에 비하면 육체의 병은 오히려 약과인지 모른다. 혼자라면 혼자인 대로, 같이라면 같이인 대로, 본인만이 떠안아야 할 외로움이 있다. 뭐니뭐니 해도 인생 살아가는 데 마음 편한 게 최고다. 어머니께서 잘 이겨내시길 빌 뿐이다.
들깨 수확하러 고향에는 얼마 뒤 다시 내려가야 한다. "곧 올께요" 라고 말하며 떠나니 허전한 마음이 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