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대로 된 등산이 너무 뜸했다. 주로 뒷산길만 걸었지 500m가 넘는 산을 오른 기억이 까마득하다. 아마 2년 반 전의 월출산 등산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체력 테스트 겸 도봉산을 한 번 올라보기로 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자가용을 몰고 가서 도봉산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료가 5분에 250원이다.
입구를 지나면 등산로는 여러 길로 갈라진다. 다락능선을 타고 포대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를 택했다.
다락능선을 걷다 보면 여러 조망 포인트가 나온다. 첫 번째 조망 포인트에서는 서울 동북부 지역과 그 뒤로 순하게 앉아 있는 불암산과 수락산을 볼 수 있다.
은석암을 지나고,
두 번째 조망 포인트에서는 포대능선과 망월사가 보인다.
도봉산은 평일인데도 등산객이 많다. 혼자 조용히 걷도록 놓아두지를 않는다. 바위에 앉아 사과를 먹으며 조망을 즐기고 있는데 20명 정도 되는 단체가 와서는 시끌벅적이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자리를 비켜달란다. 물론 정중히 부탁하긴 했다. 산에서는 왁자지껄하는 무리가 제일 무섭다.
세 번째 조망 포인트에서 드디어 도봉산의 세 주봉이 나타난다. 왼쪽에서부터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이다. 힘차게 솟은 모양이 가히 명품 풍경이다. 능선을 올라가면서 다양한 모습의 세 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다.
세 번째 조망 포인트에서는 동서남북이 활짝 터져 있다. 남쪽 방향으로는 서울 시내가 펼쳐지는데 살짝 도시의 연무가 끼어 있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맑고 구름 없어",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이다.
멀리 북한산 줄기도 보인다.
북쪽 방향으로는 의정부 시내다.
네 번째 조망 포인트도 역시 멋진 암봉을 보여준다.
앨범에서 45년 전에 친구와 도봉산에 올랐던 사진을 보았다. 바로 이 자리에서 찍은 사진도 있었다. 아마 그때도 다락능선을 통해 도봉산에 올랐던 것 같다.
여기서부터 가파른 바위 타기가 시작된다. 스틱은 집어넣고 두 팔 힘으로 온몸을 끌어당기며 올라야 한다. 슬슬 지쳐가던 차에 이 구간에서 기력이 소진되어 버렸다.
다섯 번째 조망 포인트에서 보는 암봉에 가까워져서인지 더 웅장하고 다이내믹하게 보인다. 오후가 되면서 역광이 된 효과도 있겠다.
도봉산에서 제일 높은 자운봉(739.5m)이다. 자운봉 오른쪽에 등산객이 오를 수 있는 신선대가 보인다.
여기서 10분만 더 올라가면 포대정상이다. 왼쪽으로 Y계곡을 지나 신선대까지 간다. 전에는 포대능선의 일부였는데 언제부터 Y계곡(괜히 호기심을 생기게 하는)으로 부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오늘 목표는 포대정상까지였다. 거의 근접했지만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안내도에는 1시간 40분이면 된다고 했는데, 이제는 예상 소요시간보다 두 배는 더 필요한 것 같다. 에너지도 거의 고갈되어 올라갈 의욕을 상실했다.
다섯 번째 조망 포인트 옆에 만월암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 '418 안전쉼터'로 해발 663m 되는 곳이다. 오늘은 이만큼 오른 것으로 만족한다.
도봉산 정상부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만월암을 지나,
내려가는 길에 뒤돌아본 선인봉.
정상에는 못 갔지만 도봉의 품에 안긴 것으로 만족한다. 도봉의 세 봉우리는 어느 조망 포인트에서나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멋있었다. 오늘 오른 코스는 도봉산길 중에서도 좀 험한 편에 속하는 게 아닐까. 그렇더라도 현재의 내 체력으로는 도봉산도 버겁다는 걸 확인했다. 뒷산 정도에 길들여져 있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전 같으면 열심히 산에 다녀 이 정도는 거뜬하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생각이 다르다. 내 수준에 맞게 놀자고 한 발 뒤로 빼게 된다. 헉헉거리며 과부하가 걸리도록 산을 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이것도 노화의 한 현상인지 모른다.
걸었던 길을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길이는 6km인데 5시간이 걸렸다. 전체적으로 돌길이어서 힘들었고, 등산객이 많아 조용히 걸을 수 없어 피곤했다. 휴일의 도봉산이나 북한산은 어떠할지 끔찍하다. 우리 동네 뒷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가끔은 이런 화려한 산맛도 봐야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도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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