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화가인 휴고 게르하르트 심베리(H. G. Simberg, 1873~1917)가 그린 '상처 입은 천사(Wounded Angel)'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을 처음 본 것은 20년 전쯤 현직에 있을 때 전교조에서 펴낸 소책자에서였다. 당시는 청소년 자살이 사회문제로 대두했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였다. 이 그림은 우리 교육 현실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지금도 무척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그림의 분위기는 어둡고 황량하다. 땅에는 나무 한 그루와 꽃 몇 송이가 피어 있을 뿐 황무지와 비슷하다. 먼 산이나 호수도 회색이다. 무엇에 다쳤는지 상처 입은 천사가 들것에 실려 간다. 천사의 눈은 가려져 있다. 천사를 나르는 둘 중 뒤에 있는 아이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하다. 세상과 어른을 향해 던지는 원망의 눈빛이 강렬하다.
이 그림이 그려진 때는 1903년으로 지금 우리의 현실과는 다를 것이다. 그때 유럽에서는 아동들이 노동 혹사에 시달리고 있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아동 인권이 획기적으로 진보한 것은 분명하지만, 21세기 한국에서 입시 지옥에 내몰린 아이들의 상처 입은 심성을 이 그림이 나타내고 있다고 보았다. 그림이 전하는 암울한 상황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오늘 그림을 다시 보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뒤에 있는 아이의 분노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다. 세상을 바꿀 힘은 분노, 즉 의분(義憤)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의 현실을 보는 자각이 요구된다. 어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해선 안 된다. 68혁명시에도 유럽에서는 교육 개혁을 요구하며 중고등학생들이 거리를 행진했다.
그러나 제도권 교육에 의해 순치된 우리 아이들이 이런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할까.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할까.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저항과 비판 정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이 그림을 보며 다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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