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두 에피소드

샌. 2020. 11. 16. 10:55

아침을 먹은 뒤 커피를 마시며 TV를 보는데 출연자들이 얼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중 한 사람이 자신이 젊을 때는 동안(童顔)이라는 소리를 늘 들었는데, 나이가 드니까 반대로 다른 사람보다 빨리 노안(老顔) 되는 것 같다고 한다. 나도 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언뜻 그에 얽힌 두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 1

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에 나선 게 스물 세 살이었다. 만으로는 스물둘에 선생을 시작했다. 또래보다 한 해 먼저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군대도 가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나 역시 동안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해 겨울에 예비고사 감독관을 나가게 되었다. 시험 전날에 수험생 예비 소집을 했는데, 고사장 운동장에서 출석 확인을 하는 게 감독관의 임무였다. 마이크로 전체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동안 수험생들 앞에 서 있었는데 누군가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어이, 수험생이 왜 여기 서 있어. 빨리 줄에 가 서!"

헉???

 

# 2

40대 중반쯤 되었을 때다. 잠실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는 꽤 취했던 것 같다. 그래서 화장실을 간다는 게 잘못해서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무리 찾아도 소변기가 없는데, 그런데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만 있었다. 그때 한 아가씨가 들어오다가 나를 보더니 놀란 눈을 치뜨고 쇳소리를 내며 말했다.

"할아버지! 여긴 여자 화장실이예욧!"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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