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국민 약 올리기

샌. 2021. 9. 15. 11:09

말 많은 5차 코로나 재난지원금이 일인당 25만 원씩 소득 기준 하위 88%에게 지급되고 있다. 그런데 소득을 가르는 기준이 납부하는 건강보험료 액수다. 문제는 건강보험료가 소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나는 재난지원금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한 친구는 나보다 소득이 많은데도 재난지원금을 받는다. 둘 다 연금 생활자면서 경기도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처지는 비슷하다. 다른 점은 친구는 직장에 다닌다는 사실밖에 없다. 친구는 퇴직 후 노는 게 심심하다면서 용케 물류회사에 일자리를 구했다. 그러니 건강보험이 직장가입자 자격이 되어 보험료 납부액이 지역가입자인 나보다 1/3밖에 안 된다. 월 수입은 내 두 배 가까이 되면서 건강보험료는 적게 내고 재난지원금도 탄다.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주변에 보면 부자는 재난지원금을 받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별 지급 제도의 허점이다. 선별 지급을 하려면 정확하게 소득과 재산을 파악하여 불만 없이 하든지, 아니면 전 국민 지급이 맞다고 본다. 행정상의 편의 때문인지 단순히 건강보험료만으로 소득 기준을 나누는 것은 불합리하다. 또한 88%에게 일인당 25만 원씩 주는 것과 전 국민에게 20만 원씩 주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88%와 88.1%의 차이는 무엇인가?

 

일선 공무원은 이에 대한 항의 전화를 받느라고 업무를 못 볼 지경이라고 한다. 선별 지급으로 인한 행정의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정부는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90%까지 지급 대상을 확대하려는 모양이다. 나라 운영이 소꿉놀이하는 것도 아니고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서 부동산은 폭등하고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집 없는 사람은 졸지에 벼락거지가 되었다. 집이 있는 사람도 마냥 마음이 편한 게 아니다. 서울에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내심 흐뭇한 미소를 지을지 모르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배가 아프다. 이 때문에 가정 불화도 자주 생긴다. 정치가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게 첫째 역할일 텐데 이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낙제다.

 

나한테 25만 원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다. 그런데 공평하지 못하다고 느껴지니까 약이 오르는 것이다. 뭔 정치를 이따위로 하는 거야, 라는 불평이 나온다. 이런 식의 엉터리 선별 지급을 하려면 차라리 영세민이나 자영업자 같이 코로나 때문에 형편이 매우 어려워진 사람들에게 집중 지원하는 게 맞다. 어제도 가게 문을 닫고 빚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어느 자영업자의 자살 소식이 들려 우울하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기는 커녕 한숨만 나오게 하고 있다. 제발 정치 좀 똑바로 하기 바란다.

 

'길위의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  (0) 2021.10.16
은퇴자가 노는 법  (0) 2021.09.26
귓꺼풀도 있었으면  (0) 2021.08.24
손과 코  (0) 2021.08.16
간절함이 통(通)하다  (0) 2021.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