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비틀거리는 추석

샌. 2010. 9. 23. 08:05


추석 귀성 전에 몸살이 찾아왔다. 재채기가 이상 신호였다. 이럴 때는 푹 쉬는 게 상책이다. 남자에게도 명절증후군이 있는지 만사가 귀찮아지고, 그래서 더 힘겨운 고향길이 되었다.

 

작년에는 더 했다. 아내는 아파 집에 남고 두 딸을 데리고 내려갔다.허리가 아플 때였다. 그 몸으로 동생이 집수리하는 걸 도와주는 흉내를 내다 몇 달간 심하게 고생했다. 어쩌다보니 추석때마다 비실거리는 꼴을 보이게 되었다.

 

이번에는 방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 동생과도 얘기를 별로 나누지 못했다. 몸 핑계를 댔지만 마음이 아픈 탓이었는지 모른다. 고향에 가면 잊었던 상처가 덧난다. 추석날은 계속 비가 부슬거렸다. 전날 산소에 다녀온 게 다행이었다.

 

군대에서 제대한 조카도 3년 만에 내려왔다. 몸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성장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 때문에주눅들어 있었는데 이제는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 같아 고맙고 대견했다.

 

뒷집의 친구 부모님은 올해도 쓸쓸한 추석을 맞으셨다. 자식들은 도회지에서 모여 차례를 지내는데 작년부터 몸이 아파 가지를 못하신다. 두 분이 종일 TV 앞에만 앉아 계신다. 노쇠한 노인들만 남은 농촌의 방 안 풍경이다.

 

귀경길은 많이 밀렸다. 내 죽거든 제사도 차례도 필요 없다. 산소도 만들지 말고 유골은 바람에 날려보내라. 기일이라고 명절이라고 불러내 제발 날 귀찮게하지 말아다오. 그래도 어쩌다 생각나거든 즐거웠던 추억 하나로 기억해다오. 그것 하나만으로 나는 족하다. 콜록 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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