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여자의 힘

샌. 2010. 9. 7. 10:57

여자의 힘은 자식에게서 나오는 것 같다. 아내를 보니 그렇다. 딸이 퇴근해서 돌아오면 아내는 생기를 회복한다. 우선 목소리 색깔이 달라지면서 먹을 걸 챙기는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참 신기한 현상이다. 수컷은 도저히 흉내 내지 못한다. 나는 그런 아내에 감탄하며 질투 섞인 눈으로 바라본다. 우선순위에서 남편이 뒤로 밀려난 건 이미 오래 되었다. 아내는 말한다. “이젠 자식들 잘 되는 것밖에 바랄 게 없어.” 자식만 잘 살아준다면 어떤 험한 일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는 여성의 본능은 남성과는 다르다. 자신의 목숨조차 자식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모성은 위대하다. 그것은 여자이기보다는 어머니로서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은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집착으로 변질되기 쉽다는 점이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행복의 전부로 착각하기 쉽다. 나는 아내가 다 큰 자식보다는 이제는 스스로를 위해 살기를 바란다. 자식이 잘 되어서 기쁜 게 아니라 자신의 존재로 인한 기쁨을 누린다면 좋겠다. 그것이 여성의 시대에 맞는 진정한 여자의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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