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D-50

샌. 2010. 9. 1. 11:59

아침이 찾아오는 것이 싫다. 출근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납덩이를 안은 듯 무겁다.이증상은그만 둔다고 결심하고 나서부터 심해졌다. 여기 아이들이나 근무 여건은 좋은 편이다. 그러나 이미 마음을 뺏겼으니 나도 어찌할 수 없다.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날짜를 헤아려보니 이제 실제 수업해야 될 날짜가 50일밖에 남지 않았다. D-50! 일말의 아쉬움이 있을 만도 하건만 이상하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에 그만 두고 싶다. 오늘도, 이제 50번이야, 하고 주문을 걸고 있다. 며칠 전에는 L 선생님의 정년 퇴임식이 있었다. 정년까지 교단을 지킨다는 것,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제 다음은 내 순서다. 나는 퇴임식 같은 것은 안 하고 조용히 사라지기로 마음먹었다. 만약에 퇴임사를 한다면 제 일성으로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입니다!”로 하겠다고 수 년 전부터 결정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을 써먹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은 꼭 제대 말년을 맞는 병장의 마음이다. 밖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시간아, 액셀을 세게 밟고 속도를 내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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