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난 제비꽃

샌. 2010. 3. 28. 17:52


상도동으로 이사와서 세 번째 맞는 봄이다. 3 년 전 어느 봄날, 집 뒤의 산을 오르다가 양지 바른 언덕에서 일찍 핀 제비꽃을 발견했다. 아마 그해의 처음 만난 제비꽃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년 봄에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제비꽃을 보는 것으로 나의 봄을 시작했다. 올 봄을 맞으면서 궁금했던 것 중의 하나가 그곳에서다시 제비꽃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산길을 오르는데 그 자리가 가까워질수록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제비꽃은 수줍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긴 모양으로 봐서 3 년 전의 제비꽃에서 삼대째 내려오는 자손임이 분명했다. 모양도 같고 장소도 같으니 거의 틀림없다고 생각된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같은 꽃을 한 해를 지나 또 다시 만난다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큰 군락이라면 세월이 흘러도 여전하겠지만 한두 개체인 경우에는 생사의 부침이 심한 게 자연계이다. 비록 흔하디흔한 제비꽃이지만 이곳에 이사온 뒤에 맨 처음 눈맞춤을 한 꽃이 바로 이놈이었다. 등산로 바로 옆의 사람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으면서 세 해나 변함없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무척 기쁜 일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봄다운 날씨였다. 아내와 함께 뒷산과 현충원을 느릿느릿 두 시간여 산보했다. 이제 진달래 꽃봉오리가 분홍색 맵시를 드러내는데, 성질 급한 산수유 노란색이 제일 눈에 선명했다.그래도 숲은 아직 겨울색이다. 그러나 봄의 찬란한 마술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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