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하면 떠오르는 꽃들은어떤 게있을까?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겠지만 내 봄꽃 목록 중에는 개불알풀이 항상 앞쪽에 들어 있다. 이른 봄이면 길섶이나 밭둑 같은 데서 개불알풀이 먼저 피어나 봄소식을 알린다. 노루귀나 복수초는 산에 들어가야 만날 수 있지만 개불알풀은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가깝고 다정한 꽃이다.
하늘색 꽃잎의 큰개불알풀에 비해 개불알풀은 분홍색으로 작고 귀엽다. 그런데 자세히 바라보지 않으면 꽃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부끄러움을 타는지 자꾸 숨으려는 것 같다. 열매 모양에서 '개불알'이라는 이름이 연유되었다는데 요사이는 봄까치꽃으로 바꾸어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개불알이라는 이름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한자로는 지금(地錦)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땅 위의 비단'이라는 뜻이다.
이해인 수녀의 '봄까치꽃'이라는 시가 있다.
까치가 놀러나온
잔디밭 옆에서
가만히 나를 부르는
봄까치꽃
하도 작아서
눈에 먼저 띄는 꽃
어디 숨어 있었니?
언제 피었니?
반가워서 큰소리로
내가 말을 건네면
어떻게 대답할까
부끄러워
하늘색 얼굴이
더 얇아지는 꽃
잊었던 네 이름을 찾아
내가 기뻤던 봄
노래처럼 다시 불러보는
너, 봄까치꽃
잊혀져도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나도 너처럼
그렇게 살면 좋겠네
- 봄까치꽃 /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