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파주에서 봄바람을 쐬다

샌. 2010. 3. 14. 10:03


고향 마을에 초등학교 동기는 9 명이나 된다. 그중에서 연락이 되지 않거나 멀리 지방에 살고 있는 동무를 뺀 다섯 명이 두세 달에 한 번씩은 만난다. 이번에는 파주에서 양돈을 하고 있는 B의 초대로 파주와 문산 지역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봄 햇살이 따스했다.

 

12시에 문산에서 합류한 뒤 먼저 갈릴리농원으로 가서 장어로 점심을 했다. 그나마 번호표를 받고 30분 정도 기다린 것도 다행이었다. 장어구이로 유명한 이 집, 몇 년 전에 왔을 때와 달리 깨끗한 건물이 새로 들어섰다. 그때는 바닥에 자갈이 깔린 비닐하우스였다. 이 집의 특징은 양념을 바르지 않고 장어를 굽는다는 것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고소한 맛만은 변하지 않았다.

 

B가 인근의 플로방스와 영어마을로 안내했다. 특히 플로방스는가족 나들이객들과젊은 연인들로 인산인해였다. 아기자기 꾸며 놓은 것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게는 생겼다. 우리도 잠시 젊은이들 흉내를 내 보았다. 그리고 파주 영어마을에도 들어가 보았다. 거대한 세트장 사이를 걷는 느낌이었다. 영어마을은 한때 인기가 있더니 지금은 적자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내실보다는 왠지 전시효과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임진강 두지나루를 찾았다. 여기서는 황포돛대 배를 타고 강을 유람할 수 있다고 한다. 강가에 서니 문득 4대강 사업이 떠올랐다.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도 이번에 반대 의견을 발표했다.많은 국민의 반대를 무시하고 강을 파헤치려는 고집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그런 일 하지 않아도 자연 파괴는 지금만으로도 충분하다.

 


두지나루 매운탕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뭘 자꾸 집어먹다 보니 배가 꺼지지도 않았는데 또 매운탕이 한 그릇이다. 소주도 끝없이 들어갔다. 배가 불러서 숨도 쉬기 힘들었다. 이렇게 포식한 것도 오래간만였다. 그리고는 어두워진 밤길을 달려 적성의 노래방으로 갔다.

 

나는 잠시 있다가 밖으로 나와 적성의 밤길을 걸었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는 몇 시간이고 걸어야 할 것 같았다. '행복수퍼'라는 이름의 작고 예쁜 가게가 있어 콜라 한 캔을 샀다. 꽃집도 겸하고 있는데 안도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어 기분이 좋았다. 할머니가지키고 계셨는데 가게가 참 예쁘다고 했더니 곱게 웃으셨다.

 


서울로 돌아와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의 불빛이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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