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노루귀를 탐하다가 디카를 날리다

샌. 2010. 3. 22. 19:22


어제는 히말라야 팀 9 명이 홍천 금학산에 시산제를 겸한 등산을 했다.같이 동행을 했지만 나는 산에는 오르지 않았다. 본격적인 산행을 하기에는 몸에 자신이 없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봄꽃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기에 노루귀를 찾자면 산 아래 양지 바른 계곡 주위를 찬찬히 살펴야 한다.

 

산으로 오른 일행과 떨어져 노일분교 앞 홍천강변을 걸었다. 홍천강은 수량이 많으면서 코발트 색깔이 특히 아름다웠다. 그리고는산의 계곡을 찾아 들어갔다. 이른 봄 꽃 탐사는 마치 보물찾기 하는 것과 같다. 기대한 대로 노루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 무척 기뻤다.개체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봄햇살 아래 환하게 웃고 있는 보라색 노루귀는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런데 아뿔싸, 흥분이 지나쳤는지, 아니면 욕심이 과했는지, 비탈면에 피어 있는 노루귀 사진을 찍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미끄러졌다. 한 바퀴 빙 돌면서 계곡 물 가운데로 넘어졌는데 손에 들고 있던 디카가 바위에 부딪치며 그대로 물속으로빠졌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바닥에는 바위가 많았는데 그나마도 몸이 다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어제는 몰랐는데 오늘 살펴보니 여기저기에 멍이 들어 있다. 넘어지는 짧은 순간에 난 이제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리고 카메라가 망가진 것도 속이 상했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만약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다쳤다면 어찌 되었을까. 사고란 사소한 부주의가 원인이 되어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나이가 들수록 조심하고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1 년여 애지중지하며 늘 갖고 다녔던카메라가 이렇게 인연을 다했다. 이놈이 남긴 마지막 작품이다.

 





등산을 마친 일행과 만나서 산 아래에서 함께 시산제를 올렸다. 시산제에는 처음 참여해 보는데의식 절차가 흥미로웠다.

 




서울로 돌아와 뒤풀이가 길었고 매취에 많이 취했다. 겨우 일어나 출근을 했지만 힘들게 하루를 버텼다.그래도 새로 살 디카는 골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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