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춘천 나들이

샌. 2010. 2. 28. 09:16

아내 생일날, 함께 춘천으로 나들이를 갔다. 아내의 몸 상태로는 상당히 먼 거리를 다녀온 셈이다. 다행히 서울과 춘천 사이에 고속도로가 열려서 시간상으로는 무척 가까워졌다. 춘천은 그냥 지나친 경우를 제외하면 이번이 세 번째 여행이다. 둘 다 오래전의 일이었다.

 

제일 먼저 들린 곳은 강원도립화목원이었다. 식물에 관심이 큰 것은 아내나 나나 취향이 같다. 온실에서 그간 굶주렸던 꽃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이곳은 이름이 '화목원(花木苑)'인 것이 특이했고, 1999년에 개장했다는데 규모가 작고 아담했다. 그러나 큰 수목원과는 아무래도 내용면에서 차이가 났다.

 


이번 길에서는 춘천의 명물이라는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고 싶었다. 그래서 맛집으로 알려진 T 음식점을 찾아갔으나 대기하는 사람들로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옆의 식당에서 막국수로 점심을 했다. 한 집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손님이 많고, 바로 옆은 썰렁했다. 맛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모르지만 극과 극이었다.

 

다음으로는 청평사에 가보기로 했다. 청평사는 13 년 전 쯤의 봄에 아내와 찾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도감을 들고 다니며 야생화 이름을배우고 있던 때였다. 소양호를 배를 타고건너 청평사로 갈 때 길가에서 처음으로 피나물을 보고 환호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애기똥풀도 처음 알았다.

 

소양댐은 그전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찾은 적도 있었다.22 년 전이다. 그때 얘기를 하며 아내의 기억과는 틀린 부분이 있음을 확인했다. 당시에 동생이 아들을 낳았는데 그때문에 내가 몹시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그래서 한바탕 부부싸움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생이 아들을 낳아서 고맙게 생각했던 것으로 내 기억은 남아 있다. 어쩌면 그것은 후의 일이고, 아내의 기억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 다툼 뒤에 기분을 풀자고 아이들을 데리고 춘천으로 여행을 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기차를 타고 와서 일박을 하고 소양댐에도 들렀다. 옛 앨범에서 당시에 소양댐에서 찍었던아이들 모습을 찾아 보았다.

 


아직 싸늘한 날씨였지만 청평사에 오가는 길은 데이트 하는 남녀들과 가족 나들이객들로 붐볐다.

 


청평사로 가는 소양호 선착장. 30분마다 다니는 배를 타면10분이면 청평사쪽에 닿는다.

 


배에서 내려 20분 정도 걸어야 청평사에 이른다. 가는 길에 이 구성폭포를 만날 수 있다. 갈수기인데도 수량이 많고 폭포 자체도 아담하면서 균형이 잡혀 있었다. 원래는 구송(九松)폭포인데 와전되어 구성이라 잘못 부르고 있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도 어느 때에 이곳 청평사에서 묵었던 모양이다. '절 아래 구송정에는 이자현이 손수 심은 소나무가 있는데 이 구송은 지금도 녹음이 우거져 잘 자라고 있다.'라는 구절이 '야숙청평사(夜宿淸平寺)'라는 말과 함께나온다. 이자현은 1089년에 청평사를 크게 중창한 분이다.

 


오봉산 아래 자리 잡은 청평사가 아늑했다.그리고 절 입구에 일주문 대신 서 있는 두 그루의 잣나무가 특이했다.

 

有客淸平寺

春山任意遊

鳥啼孤塔靜

花洛小溪流

佳菜知時秀

香菌過雨柔

行吟入仙洞

消我百年憂

 

- 有客 / 金時習

 

나그네 청평사에서

봄 산 경치를 즐기나니

새 울음에 탑 하나 고요하고

지는 꽃잎 흐르는 개울물

때를 알아 나물은 자랐고

비 지난 버섯은 더욱 향기로워

시 흥얼대며 신선골 들어서니

씻은 듯이 사라지는 근심 걱정

 


T 음식점은 저녁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휴일은 아예 엄두를 낼 수 없는 것 같다. '온천월드 24'에 있는 찜질방에서 놀면서 저녁 시간을 보낸 뒤 도로 정체를 피해 일부러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몸 때문에 바깥 나들이를 할 수 없었던 아내는 오랜만의 외출에 무척 기뻐했다. 아마 며칠간은 또 후유증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의 눈 내리는 밤  (2) 2010.03.10
전율  (0) 2010.03.05
낙엽 여행  (0) 2010.02.25
선바위역에서 안양예술공원까지 걷다  (0) 2010.02.21
겨울 빗속을 달리다  (0) 201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