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05]

샌. 2010. 2. 2. 08:20

장자가 복수에서 낚시를 하는데

초나라 위왕이 대부 두 사람을 먼저 보내 전했다.

"삼가 우리나라에 모시기를 원합니다."

장자는 낚싯대를 잡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내가 듣건대 그대 초나라에는

죽은 지 삼천 년이 지난 신령스런 거북이 있는데

왕께서 수건에 싸서 상자에 넣고

묘당 위에 모셔두었다더군요.

생각건대 이 거북이는

죽어 해골을 남겨 귀하게 되기보다는

차라리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고 다니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대부가 말했다.

"그야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끄는 것이 낫겠지요."

장자가 말했다.

"돌아가시오!

나는 장차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끄는 거북이가 되려 하오."

 

莊子釣於복水

楚王使大夫二人往先焉

曰 願以竟內累矣

莊子持竿不顧 曰

吾聞 楚有神龜

死已三千歲矣

王巾筐

而藏之廟堂之上

此龜者

寧其死爲留骨而貴乎

寧其生

而曳尾於塗中乎

二大夫 曰

寧生而曳尾於塗中

莊子曰

往矣

吾將曳尾於塗中

 

- 秋水 11

이 이야기는 장자의 가치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로 자주 인용된다. 세상의 명리를 좇기보다는 가난하더라도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즐기겠다는 장자의 면모가여실히 드러나는부분이기 때문이다.사마천의 사기(史記)에도 거의 비슷한 얘기가 소개되는 것으로 보아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내편 양생주(養生主)에 나오는 '꿩은 비와 이슬을 맞으며 열 걸음에 한 번 쪼고 백 걸음에 한 모금 마시더라도 조롱 속에 갇혀 길러지길 원치 않는다'는 구절과도 일맥상통하는데, 이런 생각은 장자 전편을 관통하며 나타난다.

 

그리스의 디오게네스로부터 동양 은자들의안빈낙도(安貧樂道)에 이르기까지 부귀영화를 멀리 하고 내적인 자유와 참 삶을 찾으라는 현자들의 가르침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에서나 볼 수있다. 그들은 무욕과 무소유를 통해 정신적, 영적 자유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권력이나 부에 대한 집착이 인간을 타락시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둘 사이의 갈등이야말로 인간이 짊어진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내적 평화를 강조하다 보면 외부 상황에 대해 무관심해질 수가 있다. 자기 자신과 싸우는 일이 기본이지만 그렇다고 외부의 적을 무시할 수도 없다. 외적 조건의변화 없이 나홀로의 깨달음과 평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 점이 은자들의 철학이 가진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장자와 대비되는 공자는 자기 나름대로의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나라로 유세를 다녔다. 인간됨만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이상 사회 건설이 공자의 목표였다고 할 수가 있다. 반면에 장자는 지나치게 내적인 혁명에 치중한 감이 든다. 장자를 읽으면서 그런 점들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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