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07]

샌. 2010. 2. 18. 12:53

장자와 혜자가 냇물의 징검다리 위에서 놀았다.

장자가 말했다.

"피라미가 한가롭게 헤엄치는 걸 보니

물고기가 즐거운 모양이오."

혜자가 말했다.

"당신은 물고기가 아닌데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단 말이오?"

장자가 말했다.

"그대는 내가 아닌데

어찌 내 마음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가?"

혜자가 말했다.

"그렇소. 나는 당신이 아니니까 당신을 모르오.

마찬가지로 당신은 물고기가 아니니까

정말 당신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고 해야

논리상 옳지 않겠소?"

장자가 말했다.

"질문의 처음으로 돌아갑시다.

그대가 처음 나에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느냐고 말한 것은

이미 그대는 내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걸 알고서

나에게 반문한 것이오.

내가 물 위에서 지각한 것은

물속의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이었소."

 

莊子與惠子 遊於濠梁之上

莊子曰

숙魚出游從容

是魚之樂也

惠子曰

子非魚

安知魚之樂

莊子曰

子非我

安知我不知魚之樂

惠子曰

我非子 固不知子矣

子固非魚

子之不知魚之樂

全矣

莊子曰

請循其本

子曰汝安知魚樂云者

旣已知 吾知之

而問我

我知之濠上也

是魚之樂

 

- 秋水 13

 

바로 앞에서 장자는 혜자의 권력욕을 비판했는데 여기서 장자와 혜자는 다정한 친구로 나온다. 첫 줄에 나오는대로 둘은 징검다리 위를 산책하며 물고기를 감상하면서 놀고 있었다. 이때 혜자가 장자의 말에 딴죽을 건다. 그리고 둘의 말장난 비슷한 논리의 대결이 펼쳐진다. 여기서는 누구의 말이 맞다고 하기 보다는 두 사람의 유머러스한 대화 자체가 흥미를 끈다.사물을 보는 관점은 달라도 둘은 학문적으로는 다정한 친구 사이였음에 틀림 없다.

 

논리학적으로 두 사람의 대화에 어떤 깊은 의미가 들어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내가 느끼기에 장자가 말하려는 것은 사물에 절대적 본질이란 게 없다는 뜻인 것 같다. 아느냐, 모르느냐, 라고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절대적 기준이나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과학적으로 얘기하면 대상은 관찰자의 마음에 달렸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네가 아니니 알 수 없다, 라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물고기 뿐만 아니라 모든 물체와의 소통이나 교류는 자연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내가 이해한 것은 이 정도다. 그러나 내용보다는 짖궂게 보이면서도 진지한 둘의 대화나 관계가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109]  (0) 2010.03.07
장자[108]  (0) 2010.02.26
장자[106]  (0) 2010.02.07
장자[105]  (0) 2010.02.02
장자[104]  (0) 2010.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