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08]

샌. 2010. 2. 26. 09:01

오늘날 세속에서 행하는 쾌락에 대해

나는 그것이 과연 즐거움인지

또는 아닌지 알 수 없다.

내가 보기에는

세속의 쾌락은 군중의 손짓을 따라

죽도록 달리며 그칠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 모두들 즐거움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것이 즐거움인지

또는 즐거움이 아닌지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과연 즐거움은 없는 것인가?

나는 무위만이 진실로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今俗之所爲 與其所樂

吾又未知樂之果樂邪

果不樂邪

吾觀

夫俗之所樂 擧群趣者

경경然如將不得已

而皆曰樂者

吾未知樂也

亦未知不樂也

果有樂無有哉

吾以無爲誠樂矣

 

- 至樂 1

 

장자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즐거움이 과연 참된 즐거움인지 회의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부귀, 장수, 명예이고, 쾌락이라 여기는 것들은 안락함, 좋은 음식, 예쁜 여자, 황홀한 음악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들을 얻지 못하면 크게 근심하여 병이 난다. 몸을 위한다는 것이 도리어 몸을 죽이는 꼴이다. 사람들이 지위나 돈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라. 자신을 위한다면서 도리어 자신을 등한시하며 소모시킨다. 이것들은 결코 진정한 즐거움이 될 수 없다.

 

장자의 결론은 분명하다. 무위(無爲)만이 진정한 즐거움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속세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현세의 고통에 또 다른 고통을 더하는 짓밖에 되지 않는다.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에서 진정한 즐거움이 시작된다. 그것을 장자는 '지극한 쾌락은 즐거움이 없고, 지극한 영예는 기림이 없다'고 했다. 여기서 무위란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집착 없이 함' '바람 없이 함'이다. 지금 오롯이 '이 순간에만 존재함'이다. 지극한 즐거움[至樂]은 바로 존재의 기쁨이다.

 

무위는 장자 철학의 뼈대면서 우주의 제 1 원리다. 천하에 시비를 정할 수 없지만 무위만은 그렇지 않다고 장자는 말한다. 그것은 천지의 원리가 곧 무위이기 때문이다. 무위로 인하여 만물이 조화한다. 그러므로 무위를 체득함으로써 인간의 진실된 본성에 이를 수 있다. 반대로 거기서 멀어질 수록 자연의 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럴수록 불안과 부조화의 고통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일시적인 쾌락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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