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06]

샌. 2010. 2. 7. 09:25

남방에 원추라는 봉황새가 있소.

그대도 잘 알 것이오.

그 원추는 남해에서

북해까지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단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오.

이때 마침 올빼미가 썩은 쥐를 얻었는데

원추가 그 곁을 지나갔소.

올빼미는 원추를 올려다보고 썩은 쥐를 빼앗길까 놀라

"꽥! 꽥!" 소리쳤소.

지금 그대는 그대의 재상 자리 욕심에

나를 보고 "꽥! 꽥!"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南方有鳥 其名爲원추

子知之乎

夫원추發於南海

而飛於北海

非梧桐不止

非練實不食

非醴泉不飮

於是치得腐鼠

원추過之

仰而視之曰

今子欲以子之梁國

而혁我邪

 

- 秋水 12

 

혜자(惠子)가 양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장자가 찾아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장자가 찾아온 것은 재상 자리를 빼앗기 위해서라고 혜자에게 일렀다. 이에 혜자는 걱정이 되어 사흘 동안 노심초사하며 장자를 찾아 헤맸다. 위의 글은 이런 얘기를 들은 장자가 혜자를 찾아가 한 말이다.

 

혜자에게는 그렇게 소중한 자리가 장자에게는 한낱 썩은 쥐와 같은 것이었다. 올빼미와 봉황새는 생각하는 바탕이나 노는 마당이 다르다. 재상 자리를 앗길까 봐 두려워하는 혜자의 행동이 장자에게는 얼마나 가소로워 보일 것인가. 그러나 혜자만 어리석다고 비웃을 수 없다는 데에 이 일화가 주는 가르침이 있다. 지금 우리들 신세 역시 썩은 쥐를 물고는 불안해 하는 올빼미와 다르지 않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대해 한 번쯤 그런 의문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일화를 보면 장자가 단순한 침묵의 은자가 아니라 세상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논쟁을 즐겼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장자는 유난히 비유를 많이 사용했다. 기존의 가치를 전복시키려 한 점이나, 비유를 통해 가르침을 편 점 등은 예수와도 닮은 점이 있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역시 예수에게서만 볼 수 있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다. 그런 '예수의 마음'은 지상에 살았던 어느 누구도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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