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이 되면 계절병을 앓는다. 소화기관이 차가워진 기온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몸에서는 위와 장이 제일 약하다. 여름에 에어컨 바람을 쐬어도 배가 바로 반응한다. 그러니 겨울의 찬 공기는 상극이다. 거기에다 활동량이 줄어드니 위와 장 기능이 더 떨어진다. 음식물을 소화하지 못하니 속은 늘 부글부글 끓는다. 마치 사보타지를 하는 것 같다. 두 주일째 죽이나 누룽지로 속을 달래고 있다. 이제 한고비는 지나갔다. 어제부터는 조심스레 정상적인 식사를 하고, 커피도 마시고 있다. 위장도 환경에 맞추어야지 별수 있겠는가. 내가 도와줄 것은 걷기밖에 없다. 게을러진 몸을 일으켜 세운다. 가까운 경안천에 나간다. 몇 달 전에 천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놓여서 쉬이 건너편으로 갈 수 있다. 이젠 통상적인 산책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