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임에 나갔더니 세 명이 손주를 봐줘야 한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전체가 아홉 명이니 삼 분의 일이 손주에게 발목이 잡힌 셈이다. 우리 나이대에서는 흔한 모습이다. 자식과 손주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별로 없다. 자식이 결혼하고 손주를 낳게 되면 손주 봐주는 데 묶이게 되는 것이 한국 부모의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다. 요사이는 대부분이 맞벌이라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하는데 부모가 제일 만만하다. 어찌 된 풍조인지 부모나 자식 모두 당연한 일인 줄 안다. 우리 세대가 젊었을 때만 해도 여자가 결혼하면 전업주부가 되어 아이는 직접 키웠다. 출산 후 몸조리를 위해 잠시 부모의 도움을 받았지만 내내 신세를 지는 일은 없었다. 내 부모님이나 처가의 장인, 장모님도 각각 다섯 형제를 두었고 손주만 스무 명이지만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