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 32

축구와 국민성

나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프로리그가 있다는 정도만 알 뿐, 무슨 팀이 있는지는 모른다. 축구 중계를 보는 일도 없다. 몸을 부딪치며 하는 경기는 대체로 싫다. 동료들이 축구를 하면 나는 벤치에서 구경하거나 주전자를 들고 다니는 역할만 맡았다. 직접 축구를 한 기억은 두 번이다. 대학생일 때 MT에 가서 어쩔 수 없이 운동장에 나간 적이 있다. 강촌에 있는 한 초등학교였는데 후반에 교체 멤버로 들어가서 10분 정도 뛰었다. 전원이 참가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때 날아오는 공을 헤딩하다가 죽는 줄 알았다. 머리가 띵 해서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축구 선수들이 어떻게 헤딩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지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저러다가 머리를 다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직장 생활을 할..

길위의단상 2019.02.02

됐심더 / 곽효환

가난하고 쓸쓸하게 살았지만 소박하고 섬세하고 애련한 시를 쓰는 한 시인이 선배 시인의 소개로 고고했으나 불의의 총탄에 세상을 뜬 영부인의 전기를 썼다 불행하게 아내를 잃은 불행한 군인이었던 대통령이 두 시인을 안가로 초대했는데 술을 잘 못하는 풍채 좋은 선배 시인은 그저 눈만 껌벅였고 왜소했으나 강단 있는 두 사내가 투박한 사투리를 주고받으며 양주 두 병을 다 비웠다 어느 정도 술이 오르자 시인의 살림살이를 미리 귀띔해 들은 대통령이 불쑥 물었다 "임자, 뭐 도울 일 없나?" 잠시 침묵이 흐르고 시인이 답했다 "됐심더" 강과 바다가 만나 붉게 타오르는 강어귀 언덕에서 가난 섞인 울음을 삼키던 여학교 사환이었던 소년은 꿈꾸던 시인이 되어서도 그렇게 일생을 적막하게 살았고 만년을 쓸쓸히 병마에 시달리다 눈을..

시읽는기쁨 2019.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