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는 이웃이 세 집이나 있다. 덕분에 야채는 떨어지지 않고 얻어먹는다. 연초에 아내가 우리도 텃밭을 하나 해 볼까, 라고 했는데 나는 거절했다. 여기는 조건이 좋다. 집 가까이에 노는 땅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경계를 긋고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작물 가꾸는 것도 시들해졌다. 귀찮기도 하고 무엇에 매인다는 게 싫다. 대신 이웃이 부치는 텃밭은 가끔 들린다. 오늘 오후에 텃밭에 나가는 이웃을 따라나섰다. 방 한 칸 정도 되는 넓이의 땅뙈기에는 상추, 배추, 쑥갓, 완두콩, 고추, 딸기가 심겨 있다. 주변에는 고만고만한 텃밭들이 있고, 가끔 밭에 나와 있는 다른 사람과도 만난다. 오늘은 할머니 한 분이 옆에서 일하고 계셨다. 서로 아는 사이인지 이웃분은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었다. "할머니..